[詩가 있는 갤러리] 축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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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젓갈을 한자말로 축이라고 쓴다 그 글자에도 무슨 내력이 있기야 하겠으나,버린 물고기들을 거두어 먹을 수 있도록 한 우리네 조상들의 무슨 가여운 뜻이 거기 숨어 있기야 하겠으나 그 젓갈의 곰삭은,심각한 맛을 지닌 여자(女子)가 하나 내 곁에 있음을,지금 함께하고 있음을 나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심각(深刻)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생선회가 생선 중의 생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인생초단(初段)이다 날것을 날것 자체로 익혔다는 것 그것도 못쓰게 될 것들을 살려냈다는 것 그것도 소금의 쓰라림만으로 익혀냈다는 것 그게 심각(深刻)이다 나는 기쁘다 싱싱한 상처라는 말을 이제 쓸 수도 있겠다
-정진규 '축이법' 전문
음식 중에 가장 깊은 맛을 지닌 것을 든다면 역시 젓갈이다.
젓갈 맛의 깊이는 삭힘의 과정에서 나온다.
'못쓰게 될 것들'을 모아서 소금의 쓰라림과 시간의 흐름을 통해 얻어낸 맛.아무리 정교한 솜씨를 가진 요리사도 인공적으로는 낼 수 없는 맛이다.
이런 맛이 음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곁에 있는 여자'에게서 그 맛을 느낀다.
그 여자는 아마 평생을 같이해온 아내일 것이다.
들쭉날쭉한 삶의 변덕을 젓갈 삭히듯 모두 가라앉혀 편안한 일상의 반복으로 돌려놓는 사람.그런 사람이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당신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
-정진규 '축이법' 전문
음식 중에 가장 깊은 맛을 지닌 것을 든다면 역시 젓갈이다.
젓갈 맛의 깊이는 삭힘의 과정에서 나온다.
'못쓰게 될 것들'을 모아서 소금의 쓰라림과 시간의 흐름을 통해 얻어낸 맛.아무리 정교한 솜씨를 가진 요리사도 인공적으로는 낼 수 없는 맛이다.
이런 맛이 음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곁에 있는 여자'에게서 그 맛을 느낀다.
그 여자는 아마 평생을 같이해온 아내일 것이다.
들쭉날쭉한 삶의 변덕을 젓갈 삭히듯 모두 가라앉혀 편안한 일상의 반복으로 돌려놓는 사람.그런 사람이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당신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