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운동가의 손자가 세계적 생명과학자가 돼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미국 제약회사 머크가 자랑하는 뇌 신경계 질환 분야의 권위자인 데니스 최 박사(52·한국명 최원규)가 주인공.

최 박사는 7일 과학기술부의 해외 한인 석학 초청 토론회인 '울트라 프로그램'에 참석,"앞으로 뇌과학이 한국의 의학과 정보기술 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박사의 조부는 상하이 임시정부의 설립 멤버이자 언론인인 최창식 전 임시의정원 의원.최 전 의원은 황성신문 기자와 오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역사 저술물을 냈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후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의정원 설립에 참여,임시정부 탄생에 공헌했으나 해방 후 귀국하지 못하고 만주에서 생을 마감했다.

부친이 미국에 터를 잡았기 때문에 최 박사는 재미교포 2세로 태어나 줄곧 미국에서 지냈다.

그래서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

최 박사는 그러나 "미국에서 자랐지만 조부에 대해서는 항상 자랑스럽게 여겨왔다"며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긍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젊은 시절부터 일찌감치 촉망받는 과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25세의 젊은 나이에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약리학 두 개 분야의 박사학위를 동시에 땄다.

이후 스탠퍼드대 교수 등을 지내며 칼슘 이온으로 인한 세포 사멸 원리를 규명,뇌졸중 등 뇌손상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

현재 머크사의 고문으로 뇌 신경 질환연구를 총지휘하고 있다.

1997년엔 호암상을 받았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