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복귀로 1년3개월 만에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춘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어제 개최됐다.

이날 회의는 향후의 대표자회의 운영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하는 선에 머물렀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산적(山積)한 노사 현안을 풀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실 노사정 대화는 보통 절실한 게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죽을 쑤고 있는데 노동계에서는 투쟁의 열기만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오는 10~14일로 예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2차 서울 협상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에 나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일부 시민단체들까지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차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노조들이 잇따라 산별(産別)노조로 전환키로 해 이대로 가다간 온갖 명분의 정치성 투쟁이 만연하고 노사 대립이 격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형편이다.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 로드맵)의 처리 또한 시급하기 짝이 없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복수노조 허용,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등 민감한 현안을 망라하고 있는 노사 로드맵은 향후의 추진일정을 감안할 때 하반기 중에는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한다.

노사정 대화 재개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노사정 대표자들은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현안에 대한 절충점을 찾는데 총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일 이번에도 대화의 틀이 무너진다면 노동시장의 안정(安定) 또한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는 사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노총의 자세다.

최대 노동단체의 태도에 따라 대화의 분위기 또한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민노총은 합의를 위한 대화를 해야지 투쟁의 빌미를 찾기 위한 대화를 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특히 이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는 식으로 발목을 잡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 노동계의 또다른 수레바퀴인 한국노총도 이 법안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만일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을 되풀이하며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거듭한다면 국민들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라는 인상을 받게 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