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국내 공기업의 '백기사'를 잇따라 자처하고 나섰지만 말만 앞세웠을 뿐 실행 사례는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지난 3월 중순 KT&G성장위원회를 만들고 KT&G에 실사를 요청했었다. 당시 우리은행은 '토종은행 역할론'까지 내세우며 KT&G의 백기사를 맡을 의향임을 밝혔었다.

하지만 KT&G가 바로 실사요청을 수락했는 데도 실사는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KT&G의 한 관계자는 "당시 분위기로는 당장 실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였지만 이후 감감 무소식"이었다고 설명했다.

KT&G와 비슷한 시기에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부각됐던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외국계펀드나 철강 관련업체의 M&A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 은행들의 백기사 가능성이 대두됐었다.

일부 은행은 언론이나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포스코 지분을 매입,현 경영진에 힘을 불어넣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었다. 그러나 실제 지분을 매입한 사례는 4월께 투자차원에서 지분을 소폭 사들인 대구은행을 제외하곤 전무한 상태다.

대구은행도 "투자차원에서 5월까지 500억원어치를 사들이겠다"고 공시했지만 주가가 떨어지면서 7월 현재까지 매입 규모는 절반도 안되는 상황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