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 벼랑끝 전술은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방침이자 목표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와 관련, "북한이 그들의 행위로 인해 실질적인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조치를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대북제재 방안에 대해 "대화의 틀 속에서 단호한 입장으로 엄정 대처하되 상황 추이를 봐 가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에 실질적 부담 줄 것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정부의 대북 정책이 지나치게 북에 끌려다닌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기는 하지만 북의 무리한 선택으로 인해 북한을 더 이상 감싸 줄 명분이 사라졌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칫 우리 정부의 대북 영향력이라는 지렛대가 효율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이 장관은 "북한 핵심 인사에게 명확하게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북 지원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면서 "이미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북지원 유보는 불가피하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북한의 잘못된 판단에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한다는 것을 시범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정부가 꺼낸 카드는 대북 지원 유보다.

미국의 금융 제재와 일본의 경제 제재 강화로 어려움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쌀과 비료 등의 추가 지원을 한국 정부가 유보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신발과 의류,비누 등 경공업 원자재 제공 역시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경협·민간 지원은 유지

정부는 그러나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기존 경협 사업의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이 장관은 "이는 민간 기업들의 이익 추구 문제이고 장기적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경제협력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밝혔다.

민간 기업과의 경협까지 훼손하는 것은 북을 더욱 궁지로 몰아 오히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 단체의 인도적 지원도 예정대로 용인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여수항과 울산항에서 선적을 마친 비료에 대해서도 "약속한 10만t 비료 지원 중 마지막 한 차례 2만여t이 남아 있는데 굳이 이를 막는 것이 앞으로 일을 해 나가는 데 실효성이 있는 조치인지 의문"이라며 북한에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보 시점은 대화 복귀 때까지

정부는 그러나 지원 '중단'이 아닌 '유보'라는 점을 강조,이러한 조치가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임을 암시했다.

유보 시점은 북이 대화로 나올 때까지다.

이 장관은 그 조건으로 6자회담 복귀를 들었다.

대화 채널을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하고 있다.

이 장관은 장관급 회담의 거부를 요구한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구가 우리는 물론 주변국들의 공통된 목소리인데 대화하자고 하면서 장관급 회담을 막는다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며 반대했다.

통일부의 이 같은 입장 정리는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경우 미사일 사태 해결은 물론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 정상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고 정부의 운신 폭도 상당히 넓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붙이지는 않겠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도 감안해 달라는 분명한 '시그널'은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