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와 관련, "북한이 그들의 행위로 인해 실질적인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조치를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대북제재 방안을 묻는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의 질의에 "대화의 틀 속에서 단호한 입장으로 엄정 대처하되 상황 추이를 봐 가면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지나치게 북에 끌려다닌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북의 무리한 판단으로 인해 우리 정부의 대북 영향력이라는 지렛대가 효율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 장관은 "북한 핵심 인사에게 명확하게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북 지원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면서 "이미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북지원 유보는 불가피하다"고 강경한 어조로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잘못된 판단에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한다는 것을 시범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정부 당국의 판단을 깔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기존 경협의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개성 공단 및 금강산관광 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의원의 요구에 대해서는 "두 사업은 민간 기업들의 이익 추구의 문제이고 장기적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경제협력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 장관은 "민간 기업과의 경협까지 훼손하는 것은 오히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여수항과 울산항에서 선적을 마친 비료에 대해서도 "약속한 10만t 비료 지원 중 마지막 한 차례 2만여t이 남아 있는데 굳이 이를 막는 것이 앞으로 일을 해 나가는 데 실효성이 있는 조치인지 의문"이라며 북한에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일부는 또 민간 단체의 인도적 지원도 예정대로 용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마저 막을 경우 대북 관계를 오히려 경색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협상 과정에서 정부 당국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붙이지는 않겠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도 분명히 감안해 달라는 분명한 '시그널'은 보내야 한다는 게 현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그널이 북측에 전달되는 시점은 오는 11일 예정된 장관급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측이 이에 호응해 온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하지만 '대화를 통해 따질 것은 따지겠다는 게' 이 장관이 이날 밝힌 공식 입장이다.

이 장관은 장관급 회담의 거부를 요구한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구가 우리는 물론 주변국들의 공통된 목소리인데 대화하자고 하면서도 장관급 대화는 막는다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반대했다.

통일부의 이 같은 입장 정리는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경우 미사일 사태 해결은 물론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 정상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고 정부의 운신 폭도 상당히 넓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