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제주도의 특별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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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옛 이름 탐라(耽羅)는 '깊고 먼바다의 섬나라'를 뜻한다고 한다.
신라의 속국이 됐으나 왜(倭) 등과 외교관계를 맺으며 독립된 나라의 명맥을 이었다.
고려 중엽 본토의 직할체제에 편입된 이후,제주라는 명칭은 고려 고종 때(1214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버려진 땅이었고,조선왕조 때 이곳으로의 유배는 사약 다음가는 중벌이었다.
제주도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비로소 본토 사람들과 친근해진 것은 70년대 들어서다.
그 제주도가 지난 7월1일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독립했다.
외교와 국방·사법을 제외하고는 중앙정부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다.
이제 연방 주(州) 수준의 자치권을 갖고 웬만한 행정업무는 스스로 결정해 집행한다.
이미 1000여건의 정부권한이 넘겨지고 자치경찰도 출범했다.
'제주 독립'에는 '홍가포르 프로젝트'란 이름이 붙어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장점을 살려 사람과 상품,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무비자 입국,면세(免稅),규제 제로(0),영어 통용 등이 그 핵심으로,교육과 의료 관광산업의 허브가 지향점이다.
교육자치와 의료개방을 무엇보다 주목할 만하다.
제주도는 독자적으로 자율학교·국제고·외국인학교 설립 운영권을 행사하면서 교육부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자율학교는 국어·사회·도덕을 제외한 교육과정 절반을 마음대로 결정하고 영어로 수업할 수 있다.
외국 대학이 캠퍼스를 짓지 않고 건물을 빌려 쉽게 분교를 설치할 수도 있다.
외국인이 영리 목적의 의료기관을 설립해 내국인을 진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다양하다.
누구든 관광·의료·교육·정보통신산업 등에 500만달러 이상 투자하면 재산세를 10년간 받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5년 동안 법인세·소득세를,지방세는 15년 동안 전액 면제해 준다.
따지고 보면 이만한 파격도 없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고 투자 대열을 이룰 만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잘만 되면 우리 학생들이 연간 수조원에 이르는 유학비용을 바깥에 내다 뿌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제주도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것은 왜일까.
'독립'의 틀만 갖춰졌지 자치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개방도 아직은 허울이다.
국제학교는 있지만,고등학교만 허용되고 영리목적의 설립은 안된다.
내국인 입학생은 10% 이하로 제한되고,더 웃기는 건 '졸업해도 학력 불인정'이다.
투자유치의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는 법인세율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25%인데,상하이(푸둥)는 15%,홍콩은 16~17.5%다.
제주도는 13%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지만,정부는 세수(稅收)가 줄고 '조세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거부했다.
무엇이 '특별 자치'인지 무색할 지경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외국인들이 어느 곳으로 발길을 돌릴지도 물어보나마나다.
그래도 제주도의 '독립 실험'은 동북아의 소국인 우리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고 번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그 진로를 제시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제주가 그저 '바다 건너 고을(濟州)'로 주저앉을지,세계의 '홍가포르'로 도약할지 그 특별한 실험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추창근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신라의 속국이 됐으나 왜(倭) 등과 외교관계를 맺으며 독립된 나라의 명맥을 이었다.
고려 중엽 본토의 직할체제에 편입된 이후,제주라는 명칭은 고려 고종 때(1214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버려진 땅이었고,조선왕조 때 이곳으로의 유배는 사약 다음가는 중벌이었다.
제주도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비로소 본토 사람들과 친근해진 것은 70년대 들어서다.
그 제주도가 지난 7월1일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독립했다.
외교와 국방·사법을 제외하고는 중앙정부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는다.
이제 연방 주(州) 수준의 자치권을 갖고 웬만한 행정업무는 스스로 결정해 집행한다.
이미 1000여건의 정부권한이 넘겨지고 자치경찰도 출범했다.
'제주 독립'에는 '홍가포르 프로젝트'란 이름이 붙어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장점을 살려 사람과 상품,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국제자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무비자 입국,면세(免稅),규제 제로(0),영어 통용 등이 그 핵심으로,교육과 의료 관광산업의 허브가 지향점이다.
교육자치와 의료개방을 무엇보다 주목할 만하다.
제주도는 독자적으로 자율학교·국제고·외국인학교 설립 운영권을 행사하면서 교육부의 통제에서 벗어났다.
자율학교는 국어·사회·도덕을 제외한 교육과정 절반을 마음대로 결정하고 영어로 수업할 수 있다.
외국 대학이 캠퍼스를 짓지 않고 건물을 빌려 쉽게 분교를 설치할 수도 있다.
외국인이 영리 목적의 의료기관을 설립해 내국인을 진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다양하다.
누구든 관광·의료·교육·정보통신산업 등에 500만달러 이상 투자하면 재산세를 10년간 받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는 5년 동안 법인세·소득세를,지방세는 15년 동안 전액 면제해 준다.
따지고 보면 이만한 파격도 없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고 투자 대열을 이룰 만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잘만 되면 우리 학생들이 연간 수조원에 이르는 유학비용을 바깥에 내다 뿌리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제주도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것은 왜일까.
'독립'의 틀만 갖춰졌지 자치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개방도 아직은 허울이다.
국제학교는 있지만,고등학교만 허용되고 영리목적의 설립은 안된다.
내국인 입학생은 10% 이하로 제한되고,더 웃기는 건 '졸업해도 학력 불인정'이다.
투자유치의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는 법인세율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25%인데,상하이(푸둥)는 15%,홍콩은 16~17.5%다.
제주도는 13%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지만,정부는 세수(稅收)가 줄고 '조세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거부했다.
무엇이 '특별 자치'인지 무색할 지경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외국인들이 어느 곳으로 발길을 돌릴지도 물어보나마나다.
그래도 제주도의 '독립 실험'은 동북아의 소국인 우리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고 번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그 진로를 제시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제주가 그저 '바다 건너 고을(濟州)'로 주저앉을지,세계의 '홍가포르'로 도약할지 그 특별한 실험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추창근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