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저축성 예금 증가액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일반예금 위기의 시대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마라톤예금''여성시대예금'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업은행의 일반 예금상품들이 금융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금리는 연 4% 중반대로 비교적 낮지만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탑재해 일반예금 상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

기업은행이 지난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9개의 일반예금 상품을 새로 선보였다.

같은 기간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메이저 은행이 내놓은 신상품은 6개에 불과했다.

단순히 신상품 출시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상품 하나하나가 금융권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多)출산자에게 금리를 더 주는 출산 관련 통장인 '탄생기쁨통장'은 기업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상품.이 통장이 나온 이후 다른 은행들은 물론 상호저축은행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이밖에 마라톤 마니아들을 위한 '마라톤통장',여성들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여성시대통장',지역공헌 기금을 적립해주는 '지역사랑힘통장' 등도 기업은행이 내놓은 아이디어 예금상품이다.

실적도 좋다.

9개 상품의 예금액은 총 4조8708억원으로,82만1815계좌가 판매됐다.

이는 올 1분기 말 현재 은행 총수신(60조6313억원)의 8%에 해당하는 것으로,통상 다른 시중은행들의 일반예금 수신 비중은 3% 미만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이런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이 기업은행에서 유독 많이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강권석 행장 취임 이후 중소기업 금융과 함께 리테일 뱅킹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이 부문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상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개인고객본부원들의 개인적인 성향도 신상품 개발에 반영되고 있다.

예컨대 가입 고객에게 마라톤용품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마라톤통장의 경우 마라톤 풀코스를 17번 완주한 경험이 있는 현병택 본부장(부행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적립식펀드 등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반예금 상품의 금리 메리트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를 담아 고객의 '입맛'을 자극하지 않으면 설 땅이 없다"는 게 현 부행장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개인의 수익증권 운용액이 작년 4분기 6조320억원에서 올 1분기에 10조91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장기 저축성예금 증가액은 지난해 3분기 5조7960억원에서 4분기 4조1870억원,올해 1분기 3조810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최근 발표했다.

기업은행의 아이디어 상품들이 일반예금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까.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