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문학21'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 강기희씨(42)의 작품세계는 여타 작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많은 작가가 현실을 떠난 심미적 상상력에 매달려 있을 때도 그의 일관된 관심사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모순이었다.

강씨의 다섯 번째 전작장편 '개같은 인생들'(화남)도 이러한 작가적 성향의 연장선상에 있다.

작가는 '극도의 우울감과 좌절속에서도 인간은 누구나 희망을 꿈꿀 권리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 시대 가난의 삶을 겪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인생역정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인다.

작가가 소설의 무대로 설정한 '희망여인숙'을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세상살이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이다.

가족이나 친구,이웃,사회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은 이들은 삶의 패잔병이자 낙오자다.

공통의 아픔을 가진 이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 모여드는 곳이 바로 희망여인숙이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지만 그래도 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희망여인숙에 모인 사연은 각각 다르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연민의 시선이 그들로 하여금 희망의 끈을 붙잡게 만든다.

작가는 이 '개같은 인생들'을 통해 참된 인생이란 무엇인가,왜 인간은 비루한 일상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삶을 지속해야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작가는 현실속에서 희망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고 실토한다.

"나는 이 땅에서 실종돼버린 희망이라는 단어를 되찾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단어를 찾는 일은 좌초된 보물선을 찾는 일보다 더 힘들었다"고 말이다.

그렇다 해도 희망에 대한 꿈 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일.그는 이렇게 말한다.

"봄이 되었을 때 마당가에 세 살짜리 호두나무를 심었다.

그 나무가 자라 열매를 맺을 즈음 내 마음에도 작은 열매 하나가 열렸으면 좋겠다.

이런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루를 온전하게 살아낼 것이 아니겠는가."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