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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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영화가 있다.
4명의 고교 졸업생이 축제에서 돌아오던 중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시체를 유기했다가 1년 뒤 정체불명의 인물에 의해 협박과 보복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여름용 공포물인데 제목만으로도 속을 뜨끔하게 하는 통에 일종의 유행어가 됐다.
딱히 고약한 일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다 생각되면 오싹해지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뭘 갖고 그러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안다"고 나오면 십중팔구는 가슴부터 두근거린다.
"조사해보면 다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도 그래서 생겨났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남이 보지 않거나 아무도 모를 것이라 여겨지면 슬쩍슬쩍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도 사람이다.
오래 전 '이경규가 간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정지선 지키기'나 '빌린 우산(물통) 되돌려주기' 등으로 시도했던 일반인의 양심 테스트 결과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도무지 지키지 않는다'는 안타깝고 답답한 것이었다.
그래서인가.
진짜는 물론 형태만 같은 가짜 무인 감시카메라도 효력을 발휘한다는 가운데 그림이나 사진 속 '눈길'도 사람을 정직하게 만든다는 보고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이 식당 자율계산대 앞에 사람의 눈과 꽃 모양을 번갈아 붙였더니 눈일 때 걷힌 돈이 꽃일 때의 2.8배나 됐다는 것이다.
사진 속 눈일망정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진이나 그림처럼 형체가 있는 것만 힘을 쓰랴.사람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눈길이 지켜보고 있는 듯할 때,그래서 괜스레 허투루 굴었다간 된통 혼날 것 같을 때 유혹을 떨치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보이는 눈길이 사소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면,보이지 않는 눈길은 보다 커다란 삶의 원천에 작용한다.
아무리 그래도 눈에 보여야 신경 쓰인다 싶으면 가장 사랑하거나 존경하는,아니면 사랑받고 싶은 이의 눈 사진이나 그림을 가까운 곳에 붙이거나 간직해볼 일이다.
순간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될 테니.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4명의 고교 졸업생이 축제에서 돌아오던 중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시체를 유기했다가 1년 뒤 정체불명의 인물에 의해 협박과 보복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여름용 공포물인데 제목만으로도 속을 뜨끔하게 하는 통에 일종의 유행어가 됐다.
딱히 고약한 일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다 생각되면 오싹해지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뭘 갖고 그러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안다"고 나오면 십중팔구는 가슴부터 두근거린다.
"조사해보면 다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도 그래서 생겨났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남이 보지 않거나 아무도 모를 것이라 여겨지면 슬쩍슬쩍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도 사람이다.
오래 전 '이경규가 간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정지선 지키기'나 '빌린 우산(물통) 되돌려주기' 등으로 시도했던 일반인의 양심 테스트 결과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도무지 지키지 않는다'는 안타깝고 답답한 것이었다.
그래서인가.
진짜는 물론 형태만 같은 가짜 무인 감시카메라도 효력을 발휘한다는 가운데 그림이나 사진 속 '눈길'도 사람을 정직하게 만든다는 보고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이 식당 자율계산대 앞에 사람의 눈과 꽃 모양을 번갈아 붙였더니 눈일 때 걷힌 돈이 꽃일 때의 2.8배나 됐다는 것이다.
사진 속 눈일망정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양심에 거리끼는 일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진이나 그림처럼 형체가 있는 것만 힘을 쓰랴.사람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눈길이 지켜보고 있는 듯할 때,그래서 괜스레 허투루 굴었다간 된통 혼날 것 같을 때 유혹을 떨치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보이는 눈길이 사소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면,보이지 않는 눈길은 보다 커다란 삶의 원천에 작용한다.
아무리 그래도 눈에 보여야 신경 쓰인다 싶으면 가장 사랑하거나 존경하는,아니면 사랑받고 싶은 이의 눈 사진이나 그림을 가까운 곳에 붙이거나 간직해볼 일이다.
순간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될 테니.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