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완성차 3사를 비롯 13개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키로 함에 따라 노사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산별체제 기업은 노조 사무실을 공장(회사)밖에 두고 있다.

또 개별 기업 노조위원장의 권한도 대폭 축소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산별체제의 역사가 짧아 이 같은 관행을 무시하고 있다.

사측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떠안고 있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산별로 전환하면 노조도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계는 왜 산별교섭을 우려하고 있나.

"우선 노동조합의 정치성 투쟁을 가장 두려워한다.

또 과거 기업별 노조 때 누렸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이중 삼중의 비용이 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산별노조에서 중앙교섭을 타결하면 다음에는 지부(지역별) 또는 지회(사업장별)교섭을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외국의 산별교섭은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나.

"외국에선 중앙 단위의 산별교섭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중앙교섭이 타결되면 큰 고비를 넘기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앙교섭,지부,지회교섭을 별도로 벌여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선진국에선 노조사무실 운영도 우리와 다르다는데.

"물론이다.

노조사무실은 공장 밖에 있다.

산별노조란 여러 개 사업장 노조를 하나로 묶은 단일노조를 말한다.

따라서 특정 기업 내에 노조사무실을 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또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도 철저히 금지돼 있다.

전임자 임금은 노조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외국 노조지회장(기업별 노조위원장에 해당)의 권한은 어느 정도인가.

"산별노조 내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독일에선 노조지회장을 신임자로 부르는데 산별노조 중앙조직의 연락병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지회 노조의 힘이 막강한 곳은 지구상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의 산별노조는 왜 이중 삼중의 중층적 교섭을 원하나.

"산별교섭의 역사가 짧은데다 노조의 막무가내식 교섭 형태도 일조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아직도 산별노조에서 임금협상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기업 간 임금격차가 워낙 많이 벌어져 협상을 벌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중앙교섭에선 최저 임금,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논의한 뒤 지회교섭 때 임금인상을 논의하는 식이다.

선진국 산별교섭에서 가장 핵심인 임금인상 협상이 우리나라 산별교섭에선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다."

-산별교섭은 언제부터 하나.

"본격적인 산별교섭은 노동계가 산별노조를 정식으로 출범시켜야 이뤄지게 된다.

현대차 노조 등이 산별 전환을 투표로 결정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산별노조의 교섭 방식과 교섭의 적용 범위 등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의 산별교섭은 산별노조의 규정,사용자단체 구성 등의 여건이 갖춰지는 시기에 이뤄진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