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도(都)에 있는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아지스타)'의 원래 이름은 도쿄스타디움이었다.

식품회사인 아지노모토가 4년 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거액을 주고 명명권(命名權·Naming Right)을 사들여 경기장에 자기 회사 이름을 붙여버린 것이다.

2002월드컵 대회에서 결승전이 열린 요코하마국제종합경기장 역시 닛산자동차가 명명권을 사들여 '닛산스타디움'으로 바꿔 버렸다.

지자체는 물론이고 이제는 중앙정부까지 경쟁적으로 가세해 스포츠시설 외에도 교량 등 국유재산의 이름을 민간 기업에 팔겠다고 나섰다.

그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이 도쿄의 '국립경기장'과 '레인보 브리지',효고현의 '아카시 해협대교'라고 한다.

정부입장에서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고,기업은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기에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서구에서는 명명권이 하나의 사업영역으로 정착돼 '명명권 비즈니스'라고 불린다.

미국에서 인기있는 메이저리그나 NBA의 프로스포츠 구장들이 명명권을 팔아 연간 수백만달러를 챙긴다는 사실은 그리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독일 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뮌헨월드컵경기장의 명칭이 '알리안츠 아레나'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도 명명권이 처음 등장했다.

부산시가 '사직야구장'의 이름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벌써부터 여러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 희망적이긴 하지만 그 성사여부는 두고볼 일이다.

특히 대도시 지자체들은 월드컵경기장의 유지 및 보수비 조달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실정이어서 부산시의 구장이름 판매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명명권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다.

애당초 국민 세금으로 지어진 시설물에 특정 기업의 이름을 붙일 경우,자칫 납세자들의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시비끝에 뉴욕시가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등에도 광고기업의 이름을 붙이기로 한 것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곰곰이 새겨봐야 할 사안인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