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증기금 부서장급 이상 간부들의 컴퓨터에는 조그만 화상 카메라가 달려 있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이사장을 포함,각 지역 지점장,부서장,임원 등 64명의 경영진이 수시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지난 2월 설치된 것이다.

근무지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현장으로부터 올라오는 고객의 요구를 듣고 정책에 즉시 반영하기 위해선 화상회의가 필요하다는 게 한이헌 이사장의 생각이었다.

일례로 한 이사장은 며칠 전 목포 영업점 실적이 부진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1 대 1로 지점장과 화상통화를 하며 그 지역 경기를 묻는 등 상황을 파악했다.

한 이사장은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옛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과장,경제기획국장 등을 거쳐 공정거래위원장과 경제기획원 차관을 지냈으며 1995년엔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앞서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곤 당시 김영삼 후보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맡아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경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력도 있다.

2002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후 그해 9월 부인 이정옥씨와 함께 갈비집을 연 것.한 이사장은 "집사람이 주로 로비일을 보고 나는 주차 관리를 했는데 처음에는 손님들이 알아볼까봐 적잖게 의식도 했다"며 "이 경험을 통해 목의 힘을 뺐고 서비스 정신이 뭔지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갈비집은 장사가 잘 안돼 결국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이후 그는 주택공사 사장 자리를 비롯해 한국전력,통합증권선물거래소,한국가스공사 등의 기관장 후보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 때마다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한 이사장은 "기보 이사장은 오랜 공백 기간 끝에 맡은 임무인 데다 절박한 위기에 놓인 기관이다 보니 지난 1년이 내 인생에선 가장 보람된 기간이었다"며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사랑받는 기보를 만드는 데 여생을 바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