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최소한 200개까지 발굴해 '벤처 1000억 클럽'에 입성할 만한 스타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작년 6월 유동성 고갈로 존폐 위기에 몰렸던 기술보증기금에 소방수 역할을 맡아 부임했던 한이헌 이사장.벤처거품이 붕괴할 당시 보증섰던 2조200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가 부실화하면서 기능마비 상태에 빠졌던 기보는 정부의 재정 지원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이제 새출발의 도약대에 올라섰다.

한 이사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에 대해 "기술평가시스템을 정착시켜 은행들의 담보 위주 대출 행태에 변화의 모멘텀을 부여한 것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자평했다.

그는 "올 들어 기보로부터 기술평가 점수를 받아 은행에서 신용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이 240개사이고 대출금액은 1467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기보의 요즘 재무 상황은 어떻습니까.

"작년 6월 취임한 이후 160명의 인력을 줄이고 4개 지역본부를 폐쇄했습니다.

또 서울 여의도에 있던 기보빌딩을 매각하는 등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펼쳐 올 6월 말 현재 4062억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기보의 재무 상황을 좌우하는 보증사고율도 2004년 12.9%에서 보증 구조를 개선한 덕에 작년 말 10.1% 수준으로 낮아졌고 올해 말엔 9%대까지 떨어질 전망입니다."

-지난 1년간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무엇인지요.

"기보만의 고유한 역할을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기보에 대해 존폐 논란이 불거졌던 것은 유동성 위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보의 역할이 신용보증기금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비효율적인 보증 체계 등에 대한 대외적인 불신이 컸던 겁니다.

이런 지적들을 받아들여 신보의 영역이 아닌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비중을 높이는 한편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주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입니까.

"기업의 기술력과 위험 요인을 반영해 'AAA'부터 'D'까지 기술등급을 10단계로 세밀하게 나눠 평가하도록 고안됐습니다.

이 기술평가시스템을 적용해 현재 기술평가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는데 시중은행들이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들에 대해 앞다퉈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습니다.

국내 다른 어떤 기관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전문화된 기술평가시스템이라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기술평가 수요가 늘어날 것을 감안,900명의 기보 전 직원을 기술평가사로 만들 생각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일선 지점에 내려가면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보증받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요.

"지난 1년 동안 직원들에게 '전 조직의 세일즈맨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관료적인 자세,권위적인 자세,주인 같은 자세 등 3가지를 없애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얘기합니다.

기술을 가진 사람이 주인이고 누군가 그 기술을 키워야 하는 것이지 우리가 그들을 돕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생색낼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기술력 우수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점에 직접 오지 않고 우리 직원이 회사로 방문해 기술평가보증을 해주는 '영업점 무방문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기보의 달라진 영업 마인드를 반영한 것이죠."

-올해 기술혁신형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요.

"올해 전체 보증 규모 10조원 가운데 6조7000억원을 기술혁신형 기업에 지원할 계획입니다.

실제 지난 5월 말까지 보증한 총 금액 4조1945억원 중 75%가량인 3조1351억원이 기술혁신형 기업에 대해 이뤄졌습니다.

또한 기술력 및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이 성공할 때까지 적극 지원하는 '기보A+멤버스' 제도를 5월부터 가동 중이고요.

지금까지 139개사를 발굴했으며 연내 200개까지 선정할 계획입니다."

-최근 경기 회복세가 꺾이면서 사고율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사고율이란 게 원래 경기동향에 민감한 겁니다.

사고율과 어음 부도율은 일맥 상통하기 때문이죠.향후 사고율의 추세를 예고하는 리스크율의 경우 과거 8∼9%이던 것을 1∼5월 사이 평균 6%대로 낮췄습니다.

2∼3%가량 낮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죠.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최대 8%는 넘기지 않을 계획입니다."

-요즘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경쟁이 과열됐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과거 은행들이 중소기업에는 담보대출만 일삼아 온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큰 발전이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은행과 기술보증기관이 서로 경쟁을 하면서 지금은 충돌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의 영역이 보다 뚜렷해지고 더 특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전체 기업금융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겠지만 기술에 대한 수요가 없어지지 않는 만큼 기술보증에 대한 절대 규모도 줄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