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와 사업 자회사로 분할돼 재상장된 태평양아모레퍼시픽 주가에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주회사 태평양의 주가 전망은 부정적으로 보는 반면,기존 태평양의 기업가치 대부분을 이어받은 아모레퍼시픽은 밝게 내다봤다.

29일 한달여 만에 거래가 재개된 태평양은 시초가가 21만5000원으로 재상장 기준가격 42만95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마저도 지키지 못한 채 곧바로 하한가로 직행,18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기준가격이 25만3500원으로 태평양보다 훨씬 낮게 책정된 아모레퍼시픽은 시초가가 기준가 대비 50% 정도 높은 38만원으로 결정된 뒤 이보다 1.32% 오른 38만5000원으로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이날 태평양의 주가 하락은 두 회사 간 분할비율에 따라 정해진 재상장 기준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결정된 데다 향후 지주회사 체제 완성과정에서 예정된 유상증자 부담 등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태평양은 이번 분할로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지분 13.3%를 보유하게 됐지만,지주회사 요건을 갖추려면 3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따라서 향후 3개월 내에 유상증자와 함께 아모레퍼시픽 대주주와의 주식교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안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부족한 자회사 지분 16.7%를 매입하려면 572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이 정도의 자금을 증자로 끌어들이려면 증자 할인율 30%를 감안할 경우 지주회사 주식수를 93% 정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기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따라서 "재상장 초기 지주회사 태평양 주가 약세는 당연하다"며 "증자에 따른 주식수 증가를 가정하면 주당 15만원 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태평양의 적정주가에 대한 견해는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하다. SK증권은 14만2300원,우리투자증권은 14만5700원,동양종금증권은 17만7000원으로 각각 제시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에 대해선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추가상승을 점치고 있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사업 자회사로서 기존 태평양의 사업을 그대로 이전받게 되므로 이익 성장성과 안정성을 감안하면 기존 태평양에 매겨졌던 주가수익비율(PER) 20배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아모레퍼시픽의 적정주가는 주당 49만3000원"이라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종금증권도 아모레퍼시픽 사업전망이 밝다며 적정주가를 각각 50만원,48만원으로 제시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