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서울의 골목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가 쓴 '블루오션전략'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사례는 서커스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양산업의 상징으로 꼽히는 서커스를 새 시장 개척 케이스로 맨 먼저 든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거대한 새 시장인 블루오션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인데도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을 찾아내 제공하는 것이 바로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이다.
피터 드러커도 같은 맥락에서 혁신을 정의한다. 드러커는 '위대한 혁신'에서 기존 자원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높여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경영자들이 혁신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새로운 투자가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다. 그러나 기존에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 먼저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나 비즈니스를 새롭게 정비해놓고 그 위에 더 나은 것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리더들이 며칠 후면 취임식을 갖고 새롭게 출범한다. 하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 보다는 기존에 있는 것을 새롭게 정비하는 쪽에서 방향을 잡는 것이 좋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데 우리 도시에만 있는 것은 없을까?" "예전에 폐기된 것이지만 새로운 용도로 개발할 만한 것은 없을까?" 이런 고민이 사실은 지역 혁신의 출발점인 것이다.
강원도 인제의 경우 내린천 등 자연 환경이 다른 지역에는 없는 경쟁우위다. '모험도시 인제'란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의 젊은이들과 회사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2004년 기준 158만명이 인제군을 찾아 237억원을 쓰고 갔다.
문경은 새로운 용도를 찾은 경우다. 폐광은 흉물이었지만 산속의 동굴과 예전에 쓰다 버려진 레일은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었다. 맑은 공기속에서 기찻길 위 철로자전거를 타려는 가족들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4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시의 경우는 기존 자원 가운데 새로운 부를 창출할 만한 것이 어떤 게 있을까. 강북의 골목길을 예로 들어보자. 골목길은 강남은 물론 아파트촌인 신도시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자연적인' 문화공간이다.
거기다 많은 이들이 골목길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골목길은 무서운 개도 있었고, 수줍은 연인도 있었고, 깡패도 있었다.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는 골목길에서 잡혔다.
강북에 남아있는 골목길들은 돈을 들여 설계해도 그렇게 만들기 어려운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 그리고 개발에 밀려 죽어가고 있다. 최근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가 쓴 '서울,골목길 풍경'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골목길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의 흔적을 조금이라고 가지고 있는 동네는 잘해야 마흔 곳 정도에 불과하다." 문화적 의미가 있는데다 희소성 때문에 골목길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질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관광을 다니는 사람은 연 4억명이다. 주5일제 정착으로 국내관광객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골목길도 좋고,강도 좋고,동굴도 좋다. 폐교,옛 공장,작은 다리는 또 어떤가. 지역의 가치를 높여 이 엄청난 수요를 붙잡고 또 더 늘릴 수 있는 지자체들의 혁신을 기대한다.
♥♥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피터 드러커도 같은 맥락에서 혁신을 정의한다. 드러커는 '위대한 혁신'에서 기존 자원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높여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ADVERTISEMENT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리더들이 며칠 후면 취임식을 갖고 새롭게 출범한다. 하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 보다는 기존에 있는 것을 새롭게 정비하는 쪽에서 방향을 잡는 것이 좋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데 우리 도시에만 있는 것은 없을까?" "예전에 폐기된 것이지만 새로운 용도로 개발할 만한 것은 없을까?" 이런 고민이 사실은 지역 혁신의 출발점인 것이다.
강원도 인제의 경우 내린천 등 자연 환경이 다른 지역에는 없는 경쟁우위다. '모험도시 인제'란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의 젊은이들과 회사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2004년 기준 158만명이 인제군을 찾아 237억원을 쓰고 갔다.
ADVERTISEMENT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시의 경우는 기존 자원 가운데 새로운 부를 창출할 만한 것이 어떤 게 있을까. 강북의 골목길을 예로 들어보자. 골목길은 강남은 물론 아파트촌인 신도시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자연적인' 문화공간이다.
거기다 많은 이들이 골목길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골목길은 무서운 개도 있었고, 수줍은 연인도 있었고, 깡패도 있었다.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는 골목길에서 잡혔다.
ADVERTISEMENT
올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관광을 다니는 사람은 연 4억명이다. 주5일제 정착으로 국내관광객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골목길도 좋고,강도 좋고,동굴도 좋다. 폐교,옛 공장,작은 다리는 또 어떤가. 지역의 가치를 높여 이 엄청난 수요를 붙잡고 또 더 늘릴 수 있는 지자체들의 혁신을 기대한다.
♥♥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