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익일입금제 실시를 앞두고 MMF 수탁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법인들의 환매 요청이 잇따르면서 환매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중·소형 운용사들이 지급 연기를 요청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여기에 7월 콜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겹치면서 시중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는 등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7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MMF 수탁액은 지난 26일 기준 68조8380억원으로 직전 영업일인 25일에 비해 3조1740억원이나 급감했다.

23일에도 MMF 수탁액은 2조1145억원이 줄어 2영업일 만에 무려 5조2885억원 감소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다음 달 1일부터 익일입금제가 실시되면 고객인 법인 입장에서는 자금 예치 후 하루가 지난 뒤에나 입금 처리돼 손실이 발생하는 데다 회계 처리에도 어려움이 있어 환매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틀 만에 5조원이 환매되자 C운용 M운용 등 일부 중·소형 운용사는 유동성 부족으로 전날 환매 신청이 들어온 법인 자금을 이날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했다.

MMF는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다음 날 자금을 내주지만 C운용은 해당 법인의 동의를 받아 환매를 일부 연기했다.

또 다른 중·소형사인 M운용도 전날 환매 요청분을 이날 지급하지 못하고 시가 평가로 전환해 28일 내주기로 했다.

12개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들은 이날 자산운용협회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MMF의 대안 상품으로 당일 입금과 당일 환매가 가능한 초단기 자금용 예수금펀드(MRF)의 허용과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특별대책 마련,익일입금제 도입 연기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마련해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법인 고객들에게 지나친 환매는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5년물 국고채 금리는 5.17%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올랐고 3년물 국고채 금리도 5.04%로 0.01%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5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말에 비해 0.30%포인트,3년물 국고채 금리는 0.32%포인트 각각 뛰었다.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4.57%로 지난달 말(4.36%)보다 0.21%포인트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이달 말 발표되는 통계청 산업활동동향 조사 결과에서 경기선행지수가 나쁘지 않게 나올 경우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CD 금리는 4.57%보다 더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MM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자 자산운용사들이 펀드에 있는 단기 채권을 팔아 환매 자금을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CD 등 단기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CD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기준 금리로 활용되고 있어 CD 금리 상승은 곧바로 대출 고객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져 파장이 확산되는 추세다.

현승윤·박해영 기자 hyunsy@hankyung.com

-------------------------------------------

[ 용어풀이 ]

○익일입금제=MMF 가입 당일이 아닌 다음 날 기준가를 적용해 수익률을 계산하는 제도로 내달부터 법인고객에 한해 실시된다.

법인 입장에서는 하루 동안 이자를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증권금융이 이 돈을 하루 동안 맡아 예탁수수료(이자)를 지급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예탁수수료 역시 이율이 낮아 법인으로선 그만큼 손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