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졸속으로 개혁을 추진하다 360억원의 혈세를 낭비하게 됐다. 급증하는 약제비를 잡기 위해 약품유통정보시스템을 도입하려다 병·의원,약국들의 거센 반발로 좌절돼 결과적으로 시스템 구축 비용을 날린 것이다.

복지부는 '의약품유통 종합정보 시스템(일명 헬프라인)' 소송과 관련,시스템 구축업체인 삼성SDS에 올해 말부터 2011년까지 6차례에 걸쳐 매년 말 60억원씩 총 360억원을 지급하라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의 조정 결정을 수용키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복지부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의약품 납품비리 근절 지시 이후 국민건강보험법에 직불제 근거 조항을 신설(99년 2월)하고 2000년 3월 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건강보험공단 △제약회사·도매상 △병·의원,약국 등 3자 간의 약품 거래 및 약제비 지급과정을 투명하게 바로잡기 위해 만든 '의약품 전자상거래시스템'이다.

그러나 시스템 도입시 수입내역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는 병·의원,약국 등이 강력히 반발해 2001년 12월 직불제 근거조항이 국회에서 폐지됐다. 수수료를 받아 구축 비용을 보전하려던 삼성SDS는 시스템을 가동하기도 전에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삼성SDS는 복지부에 시스템을 인수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복지부가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판결을 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2년 6월 첫 소송 때 삼성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액수가 57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