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노조 산별 전환 비상] (上) 긴박한 산업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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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 화섬연맹 소속 주요 대기업노조들이 산별전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노총이 산별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 노동세력의 힘을 한곳으로 결집시키기 위해서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이미 정치세력화를 이룬 민주노총은 산별전환을 통해 정치적인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는 한편 노동자의 대결집을 통해 우리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해당기업 노조 지도부측은 내년부터 개별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전임자임금지급이 금지될 경우 단위노조로서는 큰 어려움에 봉착할수 있다고 판단해 산별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기업은 노조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가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노조원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데다 많은 노조간부들도 기득권 박탈 등을 걱정하고 있어 민주노총이 추진 중인 산별전환 계획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교섭 위해 산별체제로 간다
산별전환 투표 실시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3개월 동안 산별노조 전환과 관련한 홍보 및 교육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투표결과를 자신하고 있다.
노조측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움직임과 2007년 복수노조 허용,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노사로드맵 등은 노동운동을 필연적으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산별전환이 부결된다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노조의 존폐조차 장담할 수 없다"고 산별노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산별전환의 필요성을 알리는 내용의 노조원 교육을 실시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현모 대우조선 노조 기획실장은 "내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노조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분권적 교섭 형태의 기업별 노조체제를 더이상 고수하지 않고 강력한 공동교섭과 공동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산별노조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29,30일 산별노조 전환 투표를 앞두고 있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도 조합원들 간에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노조에서는 남택규 위원장이 최근 광주공장을 방문,산별노조 전환의 당위성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한편 조합원 교육,벽보,소식지 등을 통해 선전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산별노조 전환의 긍정적인 부분들이 조합원들에게 많이 인식되면서 투표 분위기가 점차 뜨고 있지만 산별전환에 대해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왜 우리는 거꾸로 가려하나"
대기업 노조가 의욕적으로 산별전환을 추진하는 것과는 달리 현장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있다. 무엇보다 대기업 노조원 입장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할 경우 전혀 득이 될게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노조원 중 상당수는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강행되는 산별노조 전환 투표에 참여하는 게 마뜩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산별로 전환할 경우 임금 수준이 절반도 안 되는 중소업체 노조와 한 테이블에 앉아 임금 인상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하는 만큼 노조 집행부도 내심 썩 내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 노조 등의 산별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노조의 한 조합원도 "노조 집행부는 산별노조가 마치 만병통치약이 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 수준이 서로 다른데 산별로 전환하면 이를 똑같이 나눠 갖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합원은 "그동안 노조는 민노총의 전위부대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인 이슈에 매달려 온 상황에서 산별 전환으로 중소기업 등과 보조를 맞추게 되면 일년 내내 교섭문제에 매달릴 가능성이 많다"며 "선진국에선 개별 교섭으로 바뀌는 추세인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왜 거꾸로 가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현대차노조는 2003년 6월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도 62.5%의 조합원만이 찬성해 가결조건인 조합원 3분의 2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산별전환을 둘러싸고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 간 격론이 한창이다.
한 조합원은 "기업별노조에서 쌓아온 조합원들의 실리주의와 기득권 의식은 본능적으로 끈질기다"면서 "산별전환 이후 기득권 저하로 이어질 경우 조합원들의 대규모 이탈로 인해 오히려 복수노조의 시너지 효과만 커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노조측은 "산별노조 교섭은 오히려 기업의 성과에 의해 차별적으로 지급된 불안정한 기업 내 복지를 사회 제도화해 사회양극화가 해소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한 조합원은 산별전환 투표결과가 어떻게 결론날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대우조선은 2001년부터 현장 조직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번번이 산별전환이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회사측은 "산별전환을 추진하는 집행부와 이에 반대하는 현장조직 간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집행부의 산별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조선노조는 2003년 산별노조 전환투표에서도 조합원 3분의 2에 훨씬 못 미치는 51.2%의 찬성표를 얻어 부결됐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노조원들의 반응도 싸늘하긴 마찬가지다.
현대제철노조는 그동안 큰 대립없이 원만하게 노사관계를 유지해온 터에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는 산별노조로 전환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대다수 조합원들도 산별노조 전환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기설·하인식·김태현·최성국 기자 upyks@hankyung.com
민주노총이 산별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 노동세력의 힘을 한곳으로 결집시키기 위해서다.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이미 정치세력화를 이룬 민주노총은 산별전환을 통해 정치적인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는 한편 노동자의 대결집을 통해 우리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해당기업 노조 지도부측은 내년부터 개별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전임자임금지급이 금지될 경우 단위노조로서는 큰 어려움에 봉착할수 있다고 판단해 산별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기업은 노조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가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노조원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데다 많은 노조간부들도 기득권 박탈 등을 걱정하고 있어 민주노총이 추진 중인 산별전환 계획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교섭 위해 산별체제로 간다
산별전환 투표 실시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3개월 동안 산별노조 전환과 관련한 홍보 및 교육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투표결과를 자신하고 있다.
노조측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움직임과 2007년 복수노조 허용,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노사로드맵 등은 노동운동을 필연적으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산별전환이 부결된다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노조의 존폐조차 장담할 수 없다"고 산별노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산별전환의 필요성을 알리는 내용의 노조원 교육을 실시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현모 대우조선 노조 기획실장은 "내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노조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분권적 교섭 형태의 기업별 노조체제를 더이상 고수하지 않고 강력한 공동교섭과 공동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산별노조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29,30일 산별노조 전환 투표를 앞두고 있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도 조합원들 간에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노조에서는 남택규 위원장이 최근 광주공장을 방문,산별노조 전환의 당위성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한편 조합원 교육,벽보,소식지 등을 통해 선전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산별노조 전환의 긍정적인 부분들이 조합원들에게 많이 인식되면서 투표 분위기가 점차 뜨고 있지만 산별전환에 대해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왜 우리는 거꾸로 가려하나"
대기업 노조가 의욕적으로 산별전환을 추진하는 것과는 달리 현장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있다. 무엇보다 대기업 노조원 입장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할 경우 전혀 득이 될게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노조원 중 상당수는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강행되는 산별노조 전환 투표에 참여하는 게 마뜩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산별로 전환할 경우 임금 수준이 절반도 안 되는 중소업체 노조와 한 테이블에 앉아 임금 인상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하는 만큼 노조 집행부도 내심 썩 내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대차 노조 등의 산별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노조의 한 조합원도 "노조 집행부는 산별노조가 마치 만병통치약이 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 수준이 서로 다른데 산별로 전환하면 이를 똑같이 나눠 갖자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합원은 "그동안 노조는 민노총의 전위부대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인 이슈에 매달려 온 상황에서 산별 전환으로 중소기업 등과 보조를 맞추게 되면 일년 내내 교섭문제에 매달릴 가능성이 많다"며 "선진국에선 개별 교섭으로 바뀌는 추세인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왜 거꾸로 가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현대차노조는 2003년 6월 산별노조 전환을 위한 조합원 총회에서도 62.5%의 조합원만이 찬성해 가결조건인 조합원 3분의 2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산별전환을 둘러싸고 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 간 격론이 한창이다.
한 조합원은 "기업별노조에서 쌓아온 조합원들의 실리주의와 기득권 의식은 본능적으로 끈질기다"면서 "산별전환 이후 기득권 저하로 이어질 경우 조합원들의 대규모 이탈로 인해 오히려 복수노조의 시너지 효과만 커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노조측은 "산별노조 교섭은 오히려 기업의 성과에 의해 차별적으로 지급된 불안정한 기업 내 복지를 사회 제도화해 사회양극화가 해소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한 조합원은 산별전환 투표결과가 어떻게 결론날 것이냐는 질문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대우조선은 2001년부터 현장 조직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번번이 산별전환이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회사측은 "산별전환을 추진하는 집행부와 이에 반대하는 현장조직 간에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집행부의 산별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조선노조는 2003년 산별노조 전환투표에서도 조합원 3분의 2에 훨씬 못 미치는 51.2%의 찬성표를 얻어 부결됐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노조원들의 반응도 싸늘하긴 마찬가지다.
현대제철노조는 그동안 큰 대립없이 원만하게 노사관계를 유지해온 터에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는 산별노조로 전환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대다수 조합원들도 산별노조 전환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기설·하인식·김태현·최성국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