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아드보카트호가 독일월드컵축구 본선에서 아쉬움을 안고 물러났지만 한국 축구는 지금부터 4년 뒤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내다보며 차근차근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국은 2006 독일월드컵축구 G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스위스전에서 전반 23분 필리페 센데로스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고 후반 32분 알렉산더 프라이에게 석연찮은 추가골을 내줘 0-2로 분패했다.

프랑스가 토고를 2-0으로 이기면서 1승1무1패(승점 4)가 된 한국은 2승1무(승점 7)를 기록한 스위스,1승2무(승점 5)가 된 프랑스에 밀려 조 3위를 확정,안타깝게도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은 16강 진출을 달성하지 못했으나 52년 만에 월드컵 원정경기 첫 승리를 비롯해 우승 후보 프랑스를 쩔쩔매게 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올린 만큼 축구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그동안 여러 포메이션을 넘나드는 전술적인 실험,젊은 피와 베테랑의 적절한 조화,체력과 기동력에 예리함을 접목하는 전략적 목표 설정 등은 대표팀의 경기력을 유지시켜준 자양분이 됐다는 평가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전술변화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전통적인 스리백(3-back)에 예리한 메스를 가해 포백(4-back)을 도입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그 결과 상대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지난 13일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토고의 투톱 공격수를 막기 위해 스리백을 먼저 사용한 뒤 후반전부터 '4-2-3-1 전술'로 바꿔 2-1 역전 승리를 거뒀다.

2차전 상대인 프랑스전에서는 포백을 기본으로 1-1 무승부를 거두면서 전술적인 탄력성을 갖췄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로써 아드보카트호는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첫 원정경기 승리를 거두고 세계축구계에 '쉽게 이기기 힘든 팀'이라는 인상을 확실히 심어줬다.

그러나 유럽축구의 높은 벽 앞에서 한계를 절감한 것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현실을 깨닫게 하는 것도 성과'라고 말했듯 한국축구는 현실적인 기반에 든든하게 발을 딛고 재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감독의 전략,전술에만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문제점을 드러내 왔다.

선수들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지만 사령탑의 스타일에 따라 전략에서 큰 변화를 보여왔기 때문.이번 월드컵에서도 피말리는 승부처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용병술을 통해 돌파구를 열기도 했다.

홍명보 코치는 중장기적으로 "일대일 대응 능력과 선수 개개인의 전술 운영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한국축구는 선수 개인의 기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략 아래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