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워크아웃 졸업 한달 …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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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업을 대표하는 현대건설에는 올해가 특별한 해다.
무엇보다 2001년 3월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5년여 만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 지난 5월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워크아웃 졸업 한 달째인 이달 들어서는 경사가 잇따르고 있다.
신용등급이 'A-'로 한 단계 올라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2000년 이전 등급을 회복했고,해외건설 수주 누적 규모가 500억달러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해외건설 수주 500억달러는 건설업계 전체 수주총액(2000억달러·3월 말 기준)의 4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1965년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지 4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 같은 겹경사 속에서 하반기부터는 현대건설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채권단의 지분 매각작업이 본격화된다.
외환은행 등 10개 채권기관들은 오는 7월부터 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매각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의 일정대로라면 현대건설은 창립 6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제2의 출발'을 하게 된다.
기업 매각이라는 중대 과제를 앞두고 지난 3월 취임한 이종수 사장은 '온화한 카리스마'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여기에는 그동안 국내외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와 공사 현장 등을 조용하지만,꼼꼼한 특유의 스타일로 챙긴 데 대한 주위의 긍정적인 평가가 담겨 있다.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21일 조선왕조의 숨결이 서려있는 금원(禁苑·비원)과 종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 5층 사장실에서 만난 이 사장은 "워크아웃 졸업 이후 임직원들의 얼굴이 크게 밝아져 경영정상화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사장은 "조만간 아랍에미리트에서 2억달러짜리 공사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영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건설 명가(名家)로서의 자존심 회복에 본인을 포함,임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총력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매각을 앞두고 취임한 만큼 사내외의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제 역할이 과거 최고경영자(CEO)들과는 다르고 부담도 커 고민이 많습니다.
스스로 할 일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회사가치를 높이고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며 △대주주와 임직원들의 이해를 조화시키는 역할입니다.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지속적인 일감 확보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재들이 창의성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겠죠."
-향후 현대건설을 어떤 업체가 인수하는 게 좋다고 보십니까.
"기본적으로는 누가 새 주인이 될지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우리 회사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을 살릴 수 있는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현대건설과 인수자 모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M&A가 이뤄져야 합니다.
기술과 자본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는 외국자본이나 단기 차익을 노리는 인수는 분명히 반대합니다."
-옛 현대가(家)에서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은데요.
"그렇게들 보고 있나요? 반대할 이유는 없지요.
이런저런 얘기가 많겠지만,M&A는 절차에 지나지 않습니다.
누가 가져가느냐보다는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들 의지가 있는 기업이 인수하기를 바랄 뿐이죠."
-현대건설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자존심 회복입니다.
과거 '건설 명가'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현대건설은 이미 높은 기업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수주잔고만 해도 25조원에 이릅니다.
앞으로 5년 동안의 일감을 이미 확보해 놓은 셈이죠.충남 태안기업도시도 분명 효자노릇을 할 것입니다.
건설업계 등 외부에서 우리를 여전히 선두주자로 봐주시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내부적으로도 당당하게 '우리가 1등 건설회사'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태안 기업도시 건설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태안 기업도시 사업은 면적이 442만4000평에 총 사업비만 7조85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이미 지난 5월에 문화관광부에 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 승인을 신청해 놓았습니다.
6개 시범 기업도시 가운데 사업 진척도가 가장 빠릅니다.
올해 안에 지구 지정 등을 마치면 내년 상반기 중 착공할 수 있습니다.
2011년까지 골프장 등을 건설하고,2020년까지는 생태스포츠공원,테마파크,첨단 복합단지 등을 갖춘 복합레저단지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관광객만 연간 250만명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많은 공사를 수주하다 보면 손해를 보기도 할 텐데요.
수익률은 얼마나 되나요.
"대략 10% 안팎으로 보면 됩니다.
평균적으로 볼 때 국내 공사보다 마진율이 낮은 편이에요.
해외공사 10건 중에 8~9건은 잘 하다가 1~2건에서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한 파업 등도 걸림돌입니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인건비 등 간접비가 그만큼 많이 들어가게 되잖아요.
현대건설처럼 해외 진출 경험이 많아야만 이런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데요.
"지역별로는 지방권,기업별로는 중소·중견건설사들이 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있지만,그동안 일부 과열됐던 것도 사실인 만큼 적절한 조정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당분간은 침체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아파트 브랜드를 바꾸기로 하셨는데 새 브랜드는 언제 선보이나요.
"고민 중입니다.
특히 아파트 브랜드의 경우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성공하잖아요.
하반기 중에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내놓을 계획입니다.
새 브랜드에는 현대건설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담긴 이름이 될 것입니다.
새 브랜드를 출시할 때에 맞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브랜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생각입니다."
-내년이 창립 60주년입니다.
"한 회사가 60년이나 존속할 수 있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높게 평가받을 일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현대건설맨'으로서 맞을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죠.앞으로 시공 중심의 기업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기획부터 시공 후 유지관리까지 건설의 전 부문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업영역을 넓힐 작정입니다.
현대건설은 내년뿐만 아니라 10년,30년 뒤에도 '좋은 회사' '세계적인 건설회사',청소년들에게는 '가장 다니고 싶은 회사'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글=강황식·사진=양윤모 기자 hiskang@hankyung.com
무엇보다 2001년 3월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5년여 만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 지난 5월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워크아웃 졸업 한 달째인 이달 들어서는 경사가 잇따르고 있다.
신용등급이 'A-'로 한 단계 올라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2000년 이전 등급을 회복했고,해외건설 수주 누적 규모가 500억달러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해외건설 수주 500억달러는 건설업계 전체 수주총액(2000억달러·3월 말 기준)의 4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1965년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지 42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 같은 겹경사 속에서 하반기부터는 현대건설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채권단의 지분 매각작업이 본격화된다.
외환은행 등 10개 채권기관들은 오는 7월부터 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매각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의 일정대로라면 현대건설은 창립 6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제2의 출발'을 하게 된다.
기업 매각이라는 중대 과제를 앞두고 지난 3월 취임한 이종수 사장은 '온화한 카리스마'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여기에는 그동안 국내외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와 공사 현장 등을 조용하지만,꼼꼼한 특유의 스타일로 챙긴 데 대한 주위의 긍정적인 평가가 담겨 있다.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 21일 조선왕조의 숨결이 서려있는 금원(禁苑·비원)과 종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 5층 사장실에서 만난 이 사장은 "워크아웃 졸업 이후 임직원들의 얼굴이 크게 밝아져 경영정상화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사장은 "조만간 아랍에미리트에서 2억달러짜리 공사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영업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건설 명가(名家)로서의 자존심 회복에 본인을 포함,임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총력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매각을 앞두고 취임한 만큼 사내외의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제 역할이 과거 최고경영자(CEO)들과는 다르고 부담도 커 고민이 많습니다.
스스로 할 일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회사가치를 높이고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며 △대주주와 임직원들의 이해를 조화시키는 역할입니다.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지속적인 일감 확보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재들이 창의성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겠죠."
-향후 현대건설을 어떤 업체가 인수하는 게 좋다고 보십니까.
"기본적으로는 누가 새 주인이 될지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우리 회사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을 살릴 수 있는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현대건설과 인수자 모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M&A가 이뤄져야 합니다.
기술과 자본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는 외국자본이나 단기 차익을 노리는 인수는 분명히 반대합니다."
-옛 현대가(家)에서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은데요.
"그렇게들 보고 있나요? 반대할 이유는 없지요.
이런저런 얘기가 많겠지만,M&A는 절차에 지나지 않습니다.
누가 가져가느냐보다는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들 의지가 있는 기업이 인수하기를 바랄 뿐이죠."
-현대건설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자존심 회복입니다.
과거 '건설 명가'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현대건설은 이미 높은 기업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수주잔고만 해도 25조원에 이릅니다.
앞으로 5년 동안의 일감을 이미 확보해 놓은 셈이죠.충남 태안기업도시도 분명 효자노릇을 할 것입니다.
건설업계 등 외부에서 우리를 여전히 선두주자로 봐주시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내부적으로도 당당하게 '우리가 1등 건설회사'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태안 기업도시 건설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태안 기업도시 사업은 면적이 442만4000평에 총 사업비만 7조85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이미 지난 5월에 문화관광부에 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 승인을 신청해 놓았습니다.
6개 시범 기업도시 가운데 사업 진척도가 가장 빠릅니다.
올해 안에 지구 지정 등을 마치면 내년 상반기 중 착공할 수 있습니다.
2011년까지 골프장 등을 건설하고,2020년까지는 생태스포츠공원,테마파크,첨단 복합단지 등을 갖춘 복합레저단지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관광객만 연간 250만명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많은 공사를 수주하다 보면 손해를 보기도 할 텐데요.
수익률은 얼마나 되나요.
"대략 10% 안팎으로 보면 됩니다.
평균적으로 볼 때 국내 공사보다 마진율이 낮은 편이에요.
해외공사 10건 중에 8~9건은 잘 하다가 1~2건에서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상치 못한 파업 등도 걸림돌입니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인건비 등 간접비가 그만큼 많이 들어가게 되잖아요.
현대건설처럼 해외 진출 경험이 많아야만 이런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데요.
"지역별로는 지방권,기업별로는 중소·중견건설사들이 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의 계속되는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있지만,그동안 일부 과열됐던 것도 사실인 만큼 적절한 조정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당분간은 침체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아파트 브랜드를 바꾸기로 하셨는데 새 브랜드는 언제 선보이나요.
"고민 중입니다.
특히 아파트 브랜드의 경우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성공하잖아요.
하반기 중에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내놓을 계획입니다.
새 브랜드에는 현대건설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담긴 이름이 될 것입니다.
새 브랜드를 출시할 때에 맞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브랜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생각입니다."
-내년이 창립 60주년입니다.
"한 회사가 60년이나 존속할 수 있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높게 평가받을 일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현대건설맨'으로서 맞을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죠.앞으로 시공 중심의 기업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기획부터 시공 후 유지관리까지 건설의 전 부문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업영역을 넓힐 작정입니다.
현대건설은 내년뿐만 아니라 10년,30년 뒤에도 '좋은 회사' '세계적인 건설회사',청소년들에게는 '가장 다니고 싶은 회사'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글=강황식·사진=양윤모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