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멸종 사태는 2억년 전에 약 10만년 동안 반복적으로 일어나서 육상 생물의 많은 종들이 멸종하고 공룡들이 우점 종으로 활개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세 번째 멸종 사태는 지금부터 6500만년 전에 일어났으며 공룡을 포함하는 50% 이상의 생물 종들이 멸종했다.

이 때 살아남은 생물과 그 후손들이 다양하게 분화해 인류를 포함하는 오늘날의 지구 생물 종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 책 '문명과 대량멸종의 역사(ECOCIDE ; A Short History of Mass Extinction of Species)'(프란츠 브로스위머 지음,김승욱 옮김,에코리브르)의 저자는 이 엄청난 생물 종의 사멸을 '대량멸종'이라 구분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각종 지각의 변동,운석 또는 소행성의 충돌 등으로 인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꼽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현생 인류가 등장하면서 또 다른 대량멸종의 위험이 지구를 찾아왔음을 경고한다.

그것은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이들에 의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 및 생물 종의 엄청난 훼손을 뜻하며,이를 '생태계 살해(ecocide)'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지구상의 생물 종은 자연 상태에서도 마치 개체들이 출생하고 사망하는 것처럼 생성되고 소멸한다.

생물학에서는 이것을 개체발생과 계통발생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자연계에서 이루어지는 생물의 멸종(저자는 이를 '배경멸종'이라 이름했다)은 매우 느려서 대개 수백만년이 걸리므로 이를 환산하면 지난 5억년 동안 대략 5년마다 한 종이 멸종하는 속도가 된다.

그러나 최근 35년 동안은 인간 간섭에 의해 브라질의 열대림에서만 하루에 4종씩 멸종해 과거보다 1만 내지 100만배가 빠르게 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태계 살해는 결과적으로 인류 자신의 멸종에 이르게 된다.

산업화에 따른 인류 문명의 발전이 생태계 살해로 돌진하고 있음을 많은 환경론자들이 수없이 역설하고 있지만,그 구체적인 실상을 다양한 자료를 근거로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는 이 책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필독할 가치를 지니고 있다.

<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