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투기자본이 한국의 금융계를 유린하고 있다.

론스타의 경우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입해 금값에 되파는 수법으로 40억달러를 빼돌리게 생겼다.

그뿐만이 아니다.

IMF 이후 SK글로벌 사태,카드 대란을 잇따라 유도해 우리 경제를 뒤흔들어 놓은 과거도 있다.

절대 지지 않는 게임을 통해 한해 600억달러의 국부를 챙겨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이들,이미 대기업들도 장악한 상태다.

외국인은 10대 그룹의 지분 60%는 물론 한국의 대표기업이라는 삼성 주식의 과반수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기만 하면 하루아침에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의 현주소를 그린 '三星,우리의 삼성은 없다'(조영환 지음,명상)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은 '국제 투기세력의 삼성 경영권 장악 시나리오와 이에 동조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보고서'라는 부제에서 보듯 철저히 삼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극단으로 갈리는 세간의 평대로 과연 국민의 기업인지 아니면 배척의 대상인지 살피고,이병철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 철학이 경제 성장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그러나 '기업을 때리는' 현 정권과 시민단체를 보는 시각은 매서우며 화법도 직설적이다.

'재주는 도덕가들이 부리고 돈은 외국인들이 챙긴다'며 경영인을 죄인시하는 태도가 결과적으로 외세의 약탈에 효과적으로 부역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외국인 CEO가 이런 추세로 늘어난다면 '한국인 경영자가 버티고 있는 우리 기업이 그리운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라는 성찰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376쪽,1만95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