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 회장(51)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그룹의 새 도약 의지를 '광고 모델 출연'으로 나타냈다.

'새로운 50년'을 회장이 맨 앞에 서서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임직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주력 제품인 초코파이 CF 모델을 자청,지난 2월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것.

담 회장은 이 CF에서 노타이 차림으로 창틀에 턱을 괴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로 시작되는 CM송까지 직접 불러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광고가 방영된 직후 전 직원에게 보낸 'CEO(최고경영자)통신' 이메일에서 "또 다른 50년의 출발점에 선 우리의 꿈은 월드 클래스의 엔터테인먼트그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TV CF에서 보여진 감성적인 모습과는 달리 경영 현장에서는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그룹을 이끌어간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담 회장이 평소 지론으로 삼고 있는 '스마트 경영'은 핵심 20%를 찾아 잘 되는 곳에 힘을 실어주고,그렇지 못한 부분은 과감하게 버려 상향평준화를 이룬다는 것.1994년 오리온제과 부회장 시절 대대적인 제품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좋은 예다.

당시 오리온의 제품 가짓수는 160여개에 달했지만,BPR(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개념을 적용해 수익성이 있는 제품은 6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나자 주변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100여개 제품에 대해 생산 중단을 지시한 것.회사 관계자는 "이때 제품 구조조정을 한 게 외환위기를 무난히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이 됐다"고 말했다.

담 회장은 대신 인력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오리온의 엔터테인먼트사업 성공에는 그의 인력 관리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에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인재를 스카우트해 태스크포스팀을 차렸다.

'정상'을 뜻하는 '아펙스(APEX)'로 이름 붙여진 이 팀의 임무는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기존 오리온의 보수적인 문화에 젖지 않도록 서울 압구정동에 독립적인 사무실을 차려 주고,재량대로 투자할 수 있도록 20억원의 예산도 배정했다.

현재 빛을 보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외식 분야의 사업 아이템은 대부분 당시 아펙스팀에서 제안했던 것들이다.

김성수 온미디어 대표와 김우택 미디어플렉스 대표,베니건스를 운영하는 롸이즈온의 문영주 대표 등 오리온의 엔터테인먼트,외식 사업의 야전 사령관들이 모두 아펙스팀 출신이기도 하다.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사장(50)은 엔터테인먼트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하루종일 영화만 보는 날이 있을 정도로 '영화 마니아'다.

화교 2세인 담 회장과 이 사장은 서울 외국인고교 선·후배로 만나 애정을 키워왔다.

담 회장은 미국 조지 워싱턴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했고,이 사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검사 출신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담 회장의 손위 동서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