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SW)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2년 후 은퇴를 선언했다. MS 내부에선 별로 놀라지 않는 분위기다. 시기가 문제였을 뿐 2000년 스티브 발머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줄 때 이미 예고됐던 일 아니냐는 얘기다. 그렇다 치더라도 왜 하필 이 시점인지 궁금증은 남는다. 어느 때보다 MS에 대한 경쟁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특히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IBM은 MS의 최대 위협이다. 단순히 IBM이 MS보다 4배나 많은 직원, 다양한 수익 기반을 가진 거대기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MS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리눅스와 오픈소스 뒤에는 바로 IBM이 존재하고 있다.

구글은 MS를 위협하는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최근 빌게이츠 회장은 MS가 검색사업에서 구글에 뒤져 있다고 겸허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그 시장에 좀 더 일찍 대응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아쉬움의 표현일 것이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광고를 발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술도 MS와 너무도 닮았다. MS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MS와 구글의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온라인 음악시장에서는 애플과, 게임기 시장에선 소니와 각각 경쟁하고 있다. 그밖에 곳곳에서 MS는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MS를 위협하는 것은 경쟁자들만이 아니다. 혹시라도 윈도나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으면 곧바로 경쟁법이란 법적 분쟁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그런 때에 빌 게이츠 회장은 은퇴를 예고했다. 액면 그대로의 설명 말고 또 다른 배경은 없는 것일까. 하나의 단서는 빌 게이츠 회장의 선언 이후 부상하고 있는 최고SW설계자(CSA) 레이 오지다. 지난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MS에 합류하자마자 그의 첫 일성은 구글 등 인터넷기반 서비스 업체들에 대한 MS의 대응이 너무 느렸다는 것이었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 기반 서비스와 광고 부문을 적극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에서 모든 걸 할 수 있도록 SW를 서비스로(그것도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글 같은 경쟁업체들의 사업영역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 SW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MS가 타격을 입을 것은 너무도 뻔하다. 인터넷 검색업체가 SW업체와 경쟁하는, 그것도 그냥 SW가 아닌 서비스로서의 SW를 들고 나오는 새로운 경쟁 환경이 등장한 것이다.

그 근저에는 참여와 개방, 플랫폼으로서의 웹서비스를 특징으로 하는 이른바'웹 2.0'으로 불리는 인터넷 진화가 자리하고 있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붕괴에도 살아남아 거대기업이 된 구글 야후 이베이 아마존 등이 그 진화의 성공사례들이다. 차세대 인터넷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주도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MS로서는 커다란 변화에 직면했고 새로운 경쟁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문제는 사람도,기업도 지나간 성공경험에서 벗어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 회장은 "SW 중심의 새 시대가 개막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은퇴 예고는 MS의 대대적 변화를 기대하며 물러서 준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