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카드 효과 이미 확보..군사적 모험주의 가능성 주목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1998년에 이어 이번에도 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시험발사는 일단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연료주입 가능성 등이 관측되면서 불씨는 사그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복합적 성격을 띠지만 미국과 협상을 위한 중요한 카드라는 점에 무게를 싣고 있어 북한이 미사일 발사라는 강수까지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96년 이란에 대한 미사일 수출을 이유로 북한과 미국 사이의 미사일 협상이 시작됐고 2000년에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수출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매년 금전적 보상을 하는 내용에 어느 정도 의견을 모으기도 했었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한다면 금융제재 등으로 북한의 6자회담 참가에 걸림돌을 만들어 놓은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 가장 주된 이유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대미 압박용이라면 지금까지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실제 발사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5월에도 실체가 모호한 북한의 핵실험설이 미국과 일본 언론에서 집중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에 위기감이 고조됐으며 핵실험설이 잦아들면서 미국 내에 대북협상론이 주류를 이루고 미 정부는 6월 들어 뉴욕채널을 가동한 데 이어 7월에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접촉이 성사돼 6자회담 재개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위한 준비만으로도 국제사회에 위기감을 제고시킨 만큼 협상을 위한 제스처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 경우, 식량이나 비료 등 남한의 대북지원에 일정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 북한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중국의 입장도 난감해 정치.경제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합리적 판단을 하는 행위자라고 본다면 현재의 상황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며 "미국에 대한 압박도 충분히 준 만큼 시험발사를 강행할 때 생길 수 있는 외교적 손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합리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하게 되면 군사적 모험주의에 입각한 시험발사 쪽으로 중심이 기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남한, 미국, 일본과 협상으로 문제를 풀자는 협상파가 득세를 해왔으나 2002년 조지 부시 행정부의 등장 이후 별다른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협상파의 행태에 불만을 품은 군부 등 북한내 강경세력이 시험발사의 결정권을 쥐게 된다면 결국 미사일이 발사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북간에 이미 합의하고도 북측이 일방적으로 중단한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군부가 북한 최고지도부에 미사일 시험과 관련해 왜곡 또는 과장된 보고를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북한은 1998년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광명성 1호' 인공위성을 발사했다면서 성공적인 궤도 진입을 주장하고 과학강국의 꿈을 이뤘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와 정보당국은 당시 북한의 로켓 추진체의 발사가 실패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북한 군부 등 강경세력은 로켓 성능의 향상 등을 거론하면서 시험발사의 불가피성을 최고지도부에 집중적으로 설득, 자칫 미사일 발사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을 이끌어 냄으로써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대포동 2호는 사거리 등에서 향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각종 실험과정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이같은 실험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이 시험발사를 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