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6일 "평화를 깨는 통일,그런 일은 지금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육·해·공군 장성급과 안보관련 참모 등 180여명을 대상으로 한 1시간30분짜리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남북통일과 관련해 "연방제,국가연합,연방제 다음 통일 이러는데 경제통합이 제일 우선"이라며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경제통합 다음에 문화통합,그 다음에 정치통합의 순서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 시간은 아주 넉넉하게 여유 있게 잡아 점진적으로,단계적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에서 우선 순위는 안전이 제1번이고,2번이 평화이며,3번이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지원 문제로 비롯된 최근 국내 일각의 논란에 대해서는 "대북지원 가지고 시비가 있다"며 "대북지원 문제는 1차적으로 평화의 비용으로 생각하고,2차적으로 통일의 비용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적이면서도 관계를 진전시키는 방법은 신뢰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향후 국정운영 기조에 대해서는 "먼저 정치와 역사에 관해서는 원칙주의를 견지해왔고 앞으로도 원칙주의를 견지해 나갈 것이며,이 부분에서는 적당하게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와 안보에서는 점진주의 내지 단계주의로 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정책에서는 문화적 다원주의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군사동맹에서 작전권 환수 계획과 관련,노 대통령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가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우리나라 장수들을 데려다가 볼기치기를 하고 임금까지 바꿔버리겠다고 했다. 남한테 의지하면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남에게 의지해 우리 미래를 맡기는 일은 하지 말자"고 밝혔다.

한편 '평화와 통일' 대목에서 노 대통령은 "링컨은 평화를 포기하고 통일을 선택했는데,통일을 얻기 위해 전쟁을 택했던 역사는 있지만 지금 우리는 미국의 남북전쟁과 상황이 달라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