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중학교 2학년 김은영양(14·가명)은 오는 7월 초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5일 동안 문화·역사 유적지 답사에 나선다.

이 기간 중 학교 수업을 빼먹는 것은 물론 학원과 개인 과외까지 미뤄놓고 떠날 예정이다.

일선 초·중학교에서는 수행평가가 보편화되면서 현장학습도 늘어나고 있지만 김양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

총 10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된 이 답사팀은 팀장부터 전문가다. 모 대학에 재직 중인 현직 역사학과 교수 두 명이 팀을 이끈다.

이러다보니 참가비는 차량 대여와 숙식비,교수들의 인건비를 계산해 학생 1인당 무려 120만원에 달한다.

총 비용이 1000만원을 넘어서는 고액 '과외 투어'인 셈이다.

김양은 구석기 시대의 대표적 유적지인 경기도 연천 전곡리를 시작으로 강화도의 고려궁터 덕진진 고인돌,충북 단양의 고수동굴 온달산성,충남 공주 부여의 무령왕릉 부소산성 낙화암 정림사지 등을 둘러보게 된다.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역사와 삶의 변천사를 살펴볼 계획이다.

강화도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유적지 등을 보며 외세 침략의 역사를 공부하게 된다.

물론 교수들이 따라다니며 현장에서 강의한다.

최근 목동과 강남지역 일부 부유층 자녀들 사이에서 이런 형태의 문화·역사 유적지 과외가 생겨나고 있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역사와 지리 등 사회과목을 공부해 수행평가와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팀장의 신분 등을 감안,참가자를 알음알음 모으다 보니 답사팀에 끼는 것부터 어렵다.

학부형 이모씨는 "무려 4개월 동안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끝에 가까스로 팀에 합류했다"며 "소수정예로 다니면서 경험도 넓히고 전문지식도 얻을 수 있어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씨는 "대부분 자녀 한 명당 사교육비로 월 수백만원씩 지출하는 가정들이어서 큰 부담은 없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고액과외 형태와 현직 교수들의 참여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정책과의 김효신 사무관은 "대학 교수들의 정기적인 영리행위는 금지돼 있다"며 "이 경우 일회성 외부 강연의 형태로 봐야 할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