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누명을 씌운 자를 처단하기 위해 탈옥한 조폭(천정명)과 위로금으로 아들 수술비를 충당하기 위해 순직하려는 형사(박중훈)가 우연히 공동운명체로 엮이면서 기묘한 동병상련을 느끼는데….

이 한 줄의 카피로 압축되는 조민호 감독의 '강적'은 여러 장르를 혼합한 종합선물세트같다.

형사의 파트너로 탈옥수를 내세운 변형 버디형사물과 유사하면서도 인질이 범인에게 동화돼 가는 인질범영화의 성격도 엿보인다.

마약중개상과 형사의 공생관계를 그린 한국영화 '사생결단'과 지강헌 일당의 탈주실화를 다룬 '홀리데이' 등이 뒤섞여 있는 듯하다.

여기에 탈주범과 여자친구의 러브스토리까지 가세하면서 통속적인 멜로 요소도 드리웠다.

결코 참신하지 않다.

그렇지만 쉴새 없이 이어지는 두 남자의 모험담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물로 손색이 없다.

핸드헬드(카메라 들고 찍기)로 촬영된 액션 장면들은 거칠지만 잔혹하지 않다.

부상한 탈주범의 수술 장면도 유머러스하게 그려졌다.

탈주범과 연인의 애절한 사랑은 어두운 범죄세계와 대비돼 여느 멜로영화보다 더 순수하고 빛나 보인다.

또한 아버지 같은 보스가 자식처럼 아끼는 부하를 제거하는 조폭세계의 냉혹한 현실과 달리 두 주인공의 우정은 따스하다.

이 같은 요소들은 관객을 거부감 없이 이야기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핵심인물인 탈주범역 천정명도 조폭같지 않은 용모와 여린 마음으로 관객의 동정심을 이끌어냈다.

'투캅스' 시리즈 등 코믹한 이미지로 각인된 박중훈도 실의와 낙담에 빠진 형사로 변신해 연민을 자아낸다.

천정명과 박중훈의 콤비는 꽤나 성공적이다.

무엇보다 사악한 보육원장역 황종채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교양있는 말투와 품위있는 몸가짐에 인자함까지 갖췄다.

그렇지만 그가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인을 사주하는 대목은 섬뜩하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