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UAW)의 론 게텔핑거 위원장이 역사상 최대 위기에 빠진 미국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노조가 '전통을 깨는(tradition-breaking)'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노조의 변화와 희생을 촉구했다.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MGM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34차 UAW 총회에서 게텔핑거 위원장은 "UAW가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미국 자동차업계의 위기는 극복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과거와 다른 결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업계의 침체한 모습은 경기순환 주기상의 단순한 하강 국면이 아니다"며 "이는 구조적인 문제로 새롭고도 장기적인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번 발언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와의 내년도 고용 계약 협상에서 노조가 보다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게텔핑거 위원장은 "노조가 어려운 결단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며 실용주의 노선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강성 노조로 이름을 날리던 UAW의 게텔핑거 위원장이 이 같은 발언까지 한 것에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끝없는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53%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반면 아시아 자동차업체들의 점유율은 40%로 증가했다.

여기에 GM 포드 등은 향후 6년간 6만여명의 인력 감축도 계획하고 있다.

UAW 조합원 수도 1979년 150만여명에서 지난해 60만명으로 급감했다.

여기에다 GM의 최대 부품 공급사인 델파이가 직원들에게 매각과 인력 감축 수용 여부를 오는 23일까지 결정하라고 통보한 상태여서 조합원 수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게텔핑거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UAW의 경우 높은 임금과 많은 수당 등으로 오랫동안 다른 노조들의 선망 대상이었으나 이제 철강·철도·항공업계의 노조처럼 인력 감축은 물론 고용 협상에서 양보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한편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독일 폭스바겐은 임금 인상 없이 근무시간을 현재의 주 28.8시간에서 35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폭스바겐의 인사담당 호르스트 노이만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현재 주 30시간에 못 미치는 근무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려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