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김근태 전 최고위원을 위원장(당 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비대위 구성 권한을 갖고 있는 '8인 인선위'는 9일 국회에서 3차회의를 갖고 비대위 구성안을 최종 확정,발표했다.

전체 15명의 비대위원 가운데 현 최고위원과 동일한 위상인 상임위원으로는 김 위원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문희상,이미경,정동채,김부겸,정장선 의원 등 7명이 선임됐다.

비상임위원에는 박명광,윤원호,유인태,배기선,이강래,이호웅,이석현,박병석 의원이 임명됐다.

비대위는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중요사항 결정은 비대위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이번에 출범한 비대위는 인사권과 재정권은 물론 당헌·당규 개정 등 중앙위원회 권한까지 포괄적으로 위임받은 막강 지도부다.

이번 인사는 계파 안배는 물론 정책노선상으로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개혁파와 실용파 간의 균형에도 신경을 쓴 '화합형' 인선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당내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계파별로 보면 김근태계와 정동영계가 5명씩 포진했고 나머지 5명은 중도파로 분류된다.

이호웅,배기선,유인태,김부겸 의원은 김근태계로 볼 수 있고 김한길,정동채,이강래,박병석,박명광 의원 등은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까운 사이다.

문희상,이미경,정장선,이석현,윤원호 의원은 중도파라 할 수 있다.

개혁당 출신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념적으로 볼 때 그간 실용주의 목소리를 강조해온 김부겸,정장선 의원 등을 상임위원회에 넣음으로써 좌파세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김 위원장이 개혁 일변도로 흐르지 못하도록 견제역할을 하게 했다.

아울러 정계개편을 위한 재창당을 주장하며 비대위 구성에 반대해온 이석현 의원을 포함시킨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인선이 계파 간 안배로 이뤄짐에 따라 김 위원장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근태 위원장은 "민심의 무서운 심판에 대해 어떤 토도 달지 않겠다"며 "말을 앞세우기보다 국민의 말씀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비대위 운영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또 12일 비대위 첫 회의를 열어 당 수습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재창·김인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