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국어에 능통,강인한 체력과 깔끔한 외모,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사교성을 지닌 사람.

제임스 본드가 생각나는 이 항목을 모두 갖춘 사람이 있다.

메리어트 호텔의 김영범 콘시어지(35).

콘시어지(concirege)란 원래 '관리인'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호텔에서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고객이 원하는 일이면 뭐든지 다 해준다.

김씨는 심지어 한 외국인 바이어로부터 자신들과 거래해야 할 업체를 선정하는 일부터 그 업체와의 미팅날짜와 장소까지 모든 업무를 부탁받은 적도 있다.

콘시어지가 되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비록 고객의 일이지만 임무를 수행하면서 얻는 성취감도 크다.

2년 전 어느 미국인 투숙객이 콘시어지팀에 6·25 전쟁 당시 찍었던 항공사진 한 장을 가져와 사진에 찍힌 지역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를 물어왔다.

김씨는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사진에서 트랙이 있는 경기장을 발견했다.

당시 서울에 트랙이 있는 경기장은 여의도와 마장동에 있는 두 경마장뿐이었다.

김씨는 주변에 있는 개천과 지리적 형상을 바탕으로 마장동으로 범위를 좁혔다.

이때 한국경마협회에서 제공한 마장동 주변 지도 외 사진을 비교해 보니 완벽하게 일치했다.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콘시어지 팀 전체의 노력이 들어간 작업이라 참 뿌듯했습니다."

호텔 고객의 70%가 영어를 쓰는 외국인이다 보니 콘시어지들은 적어도 3개 국어에 능통해야 한다.

김씨는 영어와 일어로 외국인과 일상대화를 하는 수준이다.

김씨가 처음 호텔일을 시작했을 때 미국인 이모부를 둔 덕에 영어는 이미 익숙해 있었다.

문제는 일본어.

그는 지배인이 일본인 손님에게 가보라고 지시를 하다가도 "아니다 너 말고 다른 사람을 보내야겠다"는 말에 자극을 받았다고 말한다.

김씨는 일본어 학원을 다니면서 업무 현장에서 일본어를 사용하려고 애썼다.

"저는 손님이 가장 훌륭한 외국어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부한 모든 단어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지요."

그는 호텔의 경우 공채보다는 수시채용이 많기 때문에 콘시어지가 되고 싶다면 자신의 지원서를 여러 곳에 뿌려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콘시어지는 겉으로는 화려할지 모르지만 늘 사람들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입니다.

연봉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적습니다"라고 밝힌다.

메리어트 호텔의 경우 학력에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최소한 영어 면접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에는 '클레도'라는 전문 콘시어지 협회가 있다.

회원 수는 대략 3000명으로,우리 나라에서 정회원은 13명밖에 없다.

김씨는 현재 준회원.그는 정회원이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전한다.

글: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