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중동 특수바람을 타고 있다.

중동국가들이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플랜트,건설 및 유전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업체의 철강재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29만3000t에 불과했던 국내 철강업계의 중동 수출물량은 올해 1분기 48만6000t으로 65.8%증가했다.

철강 제품별로는 후판 등 판재류가 18만7000t에서 32만9000t으로 75.9% 늘어났으며 철근 등 봉형강류도 8만t에서 10만1000t으로 26.2% 증가했다.

강관은 1만8000t에서 3만8000t으로 111.1% 늘어났다.

국내 철강업계의 전체 수출물량 중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7.1%에서 10.8%로 대폭 높아졌다.

최근 중동을 탐방,현지의 철강수급 상황 등을 파악하고 돌아온 김경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지역의 수요 증가는 세계 잉여 철강제품을 흡수해 국제 철강가격을 반등시키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동지역의 철강수요는 2002년 3780만t에서 2005년 5320만t으로 연평균 13% 늘어났다.

수입량도 2400만t에서 3300만t으로 연평균 11% 증가해 수입 의존도가 30%에서 40%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경중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1973년과 1979년 1,2차 오일가격 급등시기에는 중동 국가들이 벌어들인 오일달러를 주로 소비에 사용했지만 요즈음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석유 이외의 산업으로 투자를 다각화하고 있어 철강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이 이처럼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자 국내 철강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1분기 6%였던 중동 수출비중을 올해 1분기 12%로 두배나 높였다.

손광주 포스코 시장조사팀장은 "요즈음 중동지역은 오일달러가 넘쳐나 더 없이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게다가 유럽연합(EU) 철강업체들은 예년과 달리 역내 수요가 늘어나자 뒷마당인 중동에 물량을 마음껏 쏟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포스코는 지난해까지 중국에 집중시켰던 물량 일부를 중동으로 돌려 중국보다 원거리 지역인 중동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중동으로 수출하는 주요 제품인 가스관 및 송유관용 API강재를 아예 8대 전략 강종의 하나로 채택했을 정도다.

현대하이스코의 경우 중동지역 강관 수출물량을 2004년 1만200t에서 2005년 2만5400t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고유가가 지속되자 중동 국가들로부터 유정 및 송유관용 강관 주문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