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 나흘째인 8일(현지시간) 섬유 분야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통합협정문 작성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17개 분과 및 2개 작업반 가운데 농업 섬유 무역구제 위생검역 분과와 자동차 의약품 작업반이 통합협정문 없이 1차 협상을 마치게 됐다.

한·미 양국은 이날 섬유 농업 상품무역 의약품(작업반) 등 4개 분야의 협상을 마쳤으며 9일 서비스 지재권 환경 무역구제 분과의 협상을 벌인 뒤 닷새에 걸친 1차 협상을 마무리하게 된다.

○섬유,한국 강공에 미국 거부

농업이 한국의 약점이라면 섬유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다.

미국은 공산품 평균 관세율이 3.1%이지만 섬유는 평균 9.2%의 높은 관세로 보호하고 있다.

내의(최고 28.2%) 등 83개 섬유 품목은 관세가 20%를 넘는다.

이에 따라 한국은 원산지 규정,관세 조기 철폐 등 강공을 펼쳤지만 미국측 입장이 완강해 협정문 마련에 실패했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 대표는 "합리적 원산지 규정을 마련하고 관세를 조기에 철폐하자고 요구한 데 대해 미국은 섬유 산업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며 반대했다"면서 "이견이 커 통합협정문을 작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측은 세이프가드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고수했다.

상품무역에서 한국은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물품취급 수수료 철폐를 요구,검토 약속을 받아냈다.

물품취급 수수료는 상품가의 0.21%로 지난해 한국은 9000만달러가량을 수수료로 냈다.

다만 미국측은 한국측이 철폐를 요구한 항만유지 수수료(0.15%)는 사실상 조세여서 폐지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무역구제·지식재산권 난항

무역구제는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오·남용을 막기 위해 한국측이 주장해 마련한 분과다.

김 대표는 이날 무역구제 분과 협상장에 직접 나와 "1983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업체가 미국에 낸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금이 373억달러로 이 기간 전체 수출액의 7%에 달한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FTA로 인한 이익이 크게 상쇄될 것"이라는 내용의 모두 발언을 했다.

미측이 제도를 남용한다는 증거로 10년 이상 규제받고 있는 품목이 13개,20년째 규제받고 있는 품목도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 대표는 이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향후 검토해 나가자는 반응만을 보였다.

지식재산권 분과도 일시적 복제권 인정 여부,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여부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양측은 통합협정문 작성엔 합의했으나 대부분 조항이 양측 입장을 병기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워싱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