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일렉트릭(GE)사엔 '라운드 테이블 미팅'과 '새 매니저 융화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전자는 고위간부의 출장시 현장직원을 만나 애로·건의 사항을 듣고 회사의 상황·비전을 전하는 것,후자는 새 매니저 부임시 소문과 관심사 등 조직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도록 하는 게 골자다.

두 가지 모두 대화 부족이나 언로(言路) 차단에서 오는 갈등을 막고 결속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시스템인 셈이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특히 위에서 아랫사람의 문제와 제안을 귀 기울여 듣고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노사 혹은 상하 간에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을 막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높은 분'은 어디에 가든 '바로 아래 높은 분'들에 둘러싸여 현장의 소리를 듣지 못하기 일쑤다.

대다수 조직이 낯선 간부를 발령내고도 설명하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물어볼 기회를 주지 않으니 '낙하산'이라는 등의 뜬소문과 헛소문이 난무한다.

윗사람 또한 구성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자연히 새 사람은 조직 풍토를 이해하지 못하고,기존 사람들은 새 인물의 성향을 몰라 부딪치기 십상이다.

월마트와 까르푸 등 많은 해외기업이 손을 든 한국시장에서 남다른 성공을 거둔 GM대우 닉 라일리 사장이 후임자를 위한 조언으로 "눈 뜨고 입 닫고 한국문화를 이해하라"를 꼽았다는 보도다.

김치와 폭탄주를 즐긴다는 라일리 사장이 한국말로 GM대우 차를 선전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신뢰감을 이끌어냈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스타일이 다른 사람이 기존 조직을 이끌려면 눈은 크게 뜨고 입은 닫은 채 조직문화부터 이해해야지 다짜고짜 뜯어고치려 들다간 반발세력만 키운다.

혁신을 시도하자면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먼저다.

말부터 앞세워 사람들에게 불안감만 조성하지 말고 변화의 타당성과 필요성을 납득시킴으로써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매사 서두르고 제 주장과 안맞으면 억지로 부러뜨리려는 이들이 많아서인가.

라일리 사장의 얘기가 유독 크게 들린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