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틀을 바꾸면 큰 시장이 열립니다."

부산 부경대 캠퍼스와 부산~제주 간 훼리호 선상에서 7∼8일 열린 '제2회 블루오션 파이어니어 대회' 본선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혁신은 거대한 자본과 인원이 투입되는 작업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는것임을 증명했다.

특히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블루오션'의 원리를 적절히 적용하면 기존의 인프라만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심사위원들 역시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심사를 진행해 '실사구시형 블루오션'을 들고나온 팀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이번 대회에는 79개팀 316명이 참가했고 10개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43개팀 172명이 참가했던 지난해 1회 대회와 비교하면 경쟁률이 두 배에 가까웠다.


'서울시 5대 고궁의 블루오션 전략'을 발표한 숙명여대의 '세일러궁' 팀이 대상인 해양수산부 장관상을 차지했다.

세일러궁 팀은 인기가 시들한 관광지인 경복궁 등 주요 궁 시설을 서울의 핵심 관광자원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고 심사위원 5명 중 4명의 지지를 얻어 대상을 받았다.

이들은 '애물단지'로 전락해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게도 외면받고 있는 서울의 고궁시설을 잘 활용하면 관광명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일러궁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경복궁 경희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5개 고궁은 찾는 이들이 매우 제한돼 있으며 외국인들도 5개 고궁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고궁을 찾지 않는 이유를 세일러궁은 "개별 고궁의 특징이 희미한 데다 교육적인 공간이라는 인식 때문에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라고 분석한 후 "경복궁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부여하고 재미의 요소를 늘려야 사람들의 발길을 고궁으로 향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일러궁은 동쪽은 청색,서쪽은 백색,남쪽은 적색,북쪽은 흑색,중앙은 황색이라는 음양오행설에 따라 각각의 고궁에 색깔을 부여한 후 이와 연결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것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중앙의 경복궁은 황색을 대표한다.

황색은 전통적으로 '왕(王)'을 상징한다.

경복궁의 테마를 왕으로 정한 후 수문장 교대식 등 왕의 권위와 연결되는 행사를 유치하면 관광객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다른 고궁에도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된다.

미지의 이미지인 흑색의 경희궁은 어두운 시절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청색을 테마 색상으로 가지고 있는 창덕궁은 자연체험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적색을 테마로 하고 있는 창경궁은 빛을 활용한 공간으로 바꿔 볼 수 있다.

화려한 연등축제를 창경궁에서 자주 열어 '밤이면 붉게 물드는 궁'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백색의 덕수궁은 한국인의 전통의상이 백색이라는 것을 감안,백의를 입은 이들이 전통공연을 벌이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

덕수궁을 전통공연을 늘 볼 수 있는 상설 공연장으로 정해 운영하면 이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세일러궁 팀장인 주진아씨(숙명여대 경영학부 4)는 "5개의 고궁에 다른 이미지와 볼거리를 부여한 후 이를 시티투어 버스를 통해 연계 관광상품으로 육성하면 밋밋하고 따분하다는 이유로 관광객의 외면을 받던 고궁을 되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제주=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