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공격영업에 나선다.

지난 2003년 있었던 '카드대란'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해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호실적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마케팅 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특히 요즘 벌어지고 있는 카드업계의 마케팅 대전은 카드대란이 있었던 2003년의 '학습효과'가 뒷받침되고 있는게 특징이다.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상태에서 실적이 올라가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금보다 연체율이 더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관리가 가능한 만큼 적정수준에서 마케팅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바야흐로 '카드 전성시대'의 2막이 열리고 있다.




○호전된 실적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씨 LG 삼성 신한 롯데 현대카드등 6개 전업카드사는 지난 1·4분기 중 모두 52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카드사별로는 LG카드가 1분기 35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삼성카드는 757억원,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각각 251억원과 433억원의 흑자를 냈다. 신한카드와 비씨카드도 각각 165억원과 11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익규모만 늘어난 게 아니다.

자산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말 15.73%였던 카드사 연체율은 작년 6월 말 13.27%,9월 말 11.87%,12월 말 10.05%로 낮아진 뒤 지난 3월 말에는 8.77%로 떨어졌다. 전업카드사들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평균 22.36%로 지난해 말 대비 3.37%포인트 상승했으며 모든 카드사가 경영지도비율인 8%를 크게 웃돌았다.

은행의 카드부문도 연체율이 안정되는 등 실적이 급격히 호전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카드부문의 실적개선이 돋보인다. 국민은행 신용카드 부문의 지난 3월 말 연체율은 2.76%로 지난해 같은 기간(6.67%)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지난해 1분기에는 1560억원이었지만 올 1분기에는 395억원에 그쳤다.

외환은행의 연체율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6.65%였던 연체율은 작년 말 3.32%로 떨어진 데 이어 올 3월 말에는 2.92%로 더 낮아졌다. 그 결과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712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378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카드이용액도 급증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카드이용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전업계 카드사 및 겸영은행의 신용카드 매출액(기업구매카드,해외 신용판매,카드론 등을 제외한 순수 국내 신용판매실적)은 모두 18조6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조490억원과 비교해 1년 새 16.3%가 늘어난 수치다.

지난 4월 17조7940억원에 비해서도 4.9% 늘어났다.

특히 지난 4월,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해 지난 1·4분기(평균 증가율 전년비 18.4%)에 비해 증가세가 수그러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5월 들어 카드 사용액 증가세도 다소 회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스승의날 등의 행사가 연이어 있어 선물 수요가 많은 만큼 소비가 왕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계절적인 성수기라는 점도 있었지만,최근 들어 전반적으로 카드이용액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강화되는 마케팅

카드업계는 개선된 실적과 건전성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마케팅 공세에 나서고 있다.

포인트마케팅,선(先) 할인마케팅,명품마케팅 등 종류도 다양하다.

올 들어서 카드업계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마케팅 분야는 포인트마케팅이다.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을 포인트로 쌓아주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포인트마케팅은 회원들의 카드 결제빈도를 높여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만드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때문에 카드업계에서는 삼성카드의 경우 포인트연구소라는 조직을 따로 만들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물품 구입금액 가운데 일부를 미리 깎아준 뒤 포인트로 상환해나가도록 하는 선할인 카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현대카드M'을 통해 도입한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을 최근 들어 삼성카드,신한카드 등 다른 전업계 카드사와 우리은행 등 은행들도 속속 받아들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미리 할인받은 금액을 모두 갚으려면 일정금액 이상을 결제해야한다는 점에서 선할인 서비스는 일종의 '족쇄마케팅'인 셈"이라며 "현대카드M이 메가히트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은 카드업계의 실적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마케팅의 경우 소득기준으로 상위 1∼5%에 해당하는 로열고객들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프레스티지 마케팅과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틈새'상품을 개발하는 마니아 마케팅 등으로 나뉘어진다.

두 마케팅 모두 충성도 높은 계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마케팅 트렌드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중(Mass) 마케팅보다 로열티가 높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쪽으로 옮아가는 추세"라며 "2003년의 학습효과가 있는 만큼 신용카드 업계에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며,돈 버는 효자업종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