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이 한 조로 춤을 춘다.

기가 막히게 손발을 맞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가운데만 사람,나머지는 모두 인형들이다.

인형들은 팔과 다리에 줄로 연결돼 있을 뿐인데 사람이 연출하는 동작을 완벽하게 따라한다.

인형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관람객들은 탄성과 환호를 지른다.

사회를 보던 개그맨 지석진은 "이런 장면은 처음 본다"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삼성정밀화학의 새내기 사원들은 이렇게 1만여 삼성 가족들을 사로잡았다.

7일 오후 6시 강원도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3일간 일정으로 성대한 막을 올린 '2006년 삼성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의 한 장면이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이하는 삼성 신입사원 수련대회는 명실상부한 삼성그룹 내 최대 행사다.

매년 6월 모든 계열사 신입사원들이 모여 젊은 패기와 열정을 나누며 '진정한 삼성인'으로 거듭나는 자리다.

'프라이드 인 삼성(Pride in SAMSUNG)'을 모토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7000여명의 그룹 공채 46기 신입사원들과 4000여명의 각 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처음 참가하는 해외법인 직원 600명 등 사상 최대규모인 1만1000명이 집결했다.

○자부심과 소속감이 저절로…

밤이 깊어가면서 행사장은 화려한 조명과 젊은 신입사원들의 환호,뜨거운 숨결 등이 어우러지면서 열광과 장엄한 분위기가 수시로 연출됐다.

한 팀,한 팀 공연이 끝날 때마다 응원단은 다른 팀을 제압하기 위해 죽어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면서 신입사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엄숙한 종교 행사 같기도 하고,광란의 축제장 같기도 했다.

참석한 임원들도 신입사원 시절로 돌아간 듯 함께 소리 지르고 박수를 친다.

그러면서도 행사장은 질서정연하다.

참가자 개개인의 행동은 축제에 참석한 듯 자유분방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집단 퍼포먼스 같았다.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조직의 힘이 느껴졌다.

'삼성인의 자부심과 소속감,저력이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구나'라고 느껴졌다.

○도전과 창의력으로 승부하라

화려한 매스게임으로 시작해 장엄한 촛불축제로 마무리하는 이 행사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크로톤빌 연수원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프로그램으로 가득차 있다.

모든 경연과 퍼포먼스는 철저하게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와 실행으로 이뤄진다.

그러면서도 젊은 신입사원들의 패기와 도전정신,아마추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열정,누구도 생각못한 창의성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지금까지 8만1700명에 달하는 선배들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며 "앞으로 삼성의 미래는 여러분들의 창의력과 스피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개막식에 이어 펼쳐진 집단응원 경연에서 참가 5개팀은 짜임새 있는 율동과 화려한 응원도구로 단결력을 과시하며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안무가의 도움없이 스스로 공연을 구성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신입사원들은 월드컵축구를 컨셉트로 화려한 매스게임을 선보여 함성을 이끌어냈다.

○어느 새 강한 승부욕이 생겨

집단응원전에 이어 계열사별 '파워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13개 계열사를 대표해 나온 사원들은 저마다 준비한 기발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좌중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우승,준우승은 단순한 명예를 넘어 '이겼다''우리 팀이 최고'라는 강한 성취감을 안겨준다.

즐겁고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통해 자기도 모르게 승부욕을 몸에 익히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이 행사가 끝날 때쯤이면 뜨거웠던 열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신입사원들이 자신과 회사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평창=조일훈.이태명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