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이 인터넷 쇼핑몰로의 변신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시장 상인과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 중인 동대문닷컴(www.ddm.com)이 하루 거래액 3억원 수준의 대형 온라인몰로 성장했는가 하면,남대문의 도매상인과 지방 소매상을 직접 연결하는 B2B 패션몰 'e남대문'(www.enamdaemun.com)도 매분기 10%대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하루 1200건의 도매 거래가 이뤄지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동대문 의류상들이 대거 입점해 있는 동대문닷컴은 현재 방문자 수와 하루 거래량 모두에서 옥션,G마켓,다음온켓,GSe스토어 등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다.

동대문닷컴에서 캐주얼을 판매하는 동대문 소매상 최옥렬씨(42)는 "인터넷 소호(SOHO) 의류숍 운영자들이 실제 제품을 조달하는 곳은 동대문"이라며 "장사엔 베테랑인 동대문 상인들이 컴퓨터를 배워 오픈마켓에 직매장을 낸 만큼 구색이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남대문시장에선 도매 거래가 온라인 상으로 옮겨지고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가 예산 5억원을 지원하고,남대문시장주식회사가 4억원을 출자해 2004년 9월 설립한 'e남대문'은 출범 당시 입점 업체 수가 204개에 그쳤으나 5월 말 현재 616개로 3배나 늘었다.

새벽에 서울로 올라오는 지방 원정 상인들과의 대면거래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쉽게 바꾸지 않는 도매상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빠른 증가세라는 평가다.

오프라인 거래를 완전히 중단하고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사고 파는 상인도 늘었다.

아동복 도매상인 희원사 김충호 대표는 "시제품 단계에서 인터넷 몰에 사진을 띄우고,주문이 들어오면 생산을 의뢰해 택배로 지방상인들에게 물건을 넘겨주고 있다"며 "창고와 점포를 운영할 필요도,새벽 장사를 해야 하는 부담도 없어졌다"고 전했다.

서울에 오지 않고도 제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지방 상인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

강도현 e남대문 대표는 "매일 1200여건의 의류 신제품이 나오는 남대문시장의 역동성은 인터넷과 궁합이 잘 맞는다"며 "일주일 단위로 원정 구매하던 지방상인들이 요즘은 수시로 인터넷을 통해 주문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e남대문에서는 의류만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남대문시장주식회사는 앞으로 이 사이트를 액세서리 안경 잡화 장식용품 등 남대문시장이 도매 경쟁력을 갖고 있는 모든 물품을 취급하는 대형 도매전문 B2B 사이트로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남대문시장 관계자는 "e남대문 사업은 시장 법인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고,도매상들이 동참해 발전시킨 자생적 재래시장 살리기 움직임"이라며 "중소기업청이 '재래시장 포털' 구축 등에 쏟아붓고 있는 예산의 일부라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