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동양종금증권 상무(채권부문 총괄)는 개인들의 소액 채권투자 시대를 개척한 주인공이다.

최근 주식시장 약세로 채권투자가 다시 주목받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고수로 통하는 몇몇 투자자문사 사장들과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데,이분들은 이미 올초부터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이젠 채권에 실어야 할 때가 아니냐'고 묻더군요. 이 가운데 몇 분은 발빠르게 주식을 일부 정리하고 채권으로 갈아탔습니다. 최근 장이 조정받는 걸 보면서 역시 고수들은 다르구나 생각했죠."

김 상무는 "채권은 어렵고 고액을 투자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개인들이 갖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절대금리 수준은 낮고 주식시장 전망도 불투명한 만큼 채권을 투자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가 채권에 관한 한 1인자란 평을 듣는 것도 일찍이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소액 채권시장에 먼저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2001년까지만 하더라도 기관들은 주로 안전한 국·공채나 A등급 회사채에만 투자해 신용도가 뒤진 BBB급 회사채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김 상무는 반대로 갔다. 금융기관이 안 사는 BBB급만 대상으로 세밀한 분석에 나선 것이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몰려 등급이 낮게 매겨진 것은 아닌지 등이 주요 판단기준이었다. "당시 동부제강 회사채의 경우 수익률이 국채의 두 배 이상에 달했습니다. 개인들의 경우 회사가 살아남기만 한다면 손해볼 염려가 없는 상품이었죠. 결국 이런 회사채를 받아간 개인들이나 소규모 금융기관들은 나중에 짭짤한 수익을 냈습니다."

2003년 카드채 사태가 터졌을 때도 국민카드 외환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는 결코 청산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덤벼들었다. 이들 카드채는 나중에 은행과 합병 이후 우량 은행채로 탈바꿈,두 배의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카드 후순위채 투자로는 6개월 만에 100%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2004년에는 부동산 관련 ABS(자산담보부증권) 시장이 국내에도 뜰 것이란 예상이 적중,고수익 BBB급 ABS 소매시장을 혼자서 휩쓸다시피했다. 물론 회사에도 엄청난 돈을 벌어주었다.

김 상무는 "개인들은 자산 규모와 목표 수익률에 따라 채권투자 대상을 다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보수적인 성향의 거액자산가들은 이자소득세가 면제되고 연 수익률도 5.2%대로 예금금리보다 높은 국민주택채권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100만원 단위부터 1억원 미만의 소액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연 6∼7%대인 BBB급 회사채나 카드채 중 만기가 비교적 적게 남은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유했다. BB+ 이하의 이른바 투기등급 채권은 손대지 않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EB(교환사채) 등 주식관련 채권도 니치마켓 투자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장내에서 거래돼 환금성이 뛰어난 데다 시장이 하락할 때 주가보다 하방경직성도 강하기 때문이다. 설사 매입 가격보다 하락하더라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 손실 우려도 없다. 유망 투자대상으로 동양메이저CB 동부증권CB 팬택앤큐리텔EB 농심홀딩스CB 금호석유화학EB 등을 추천했다.

그는 "다만 코스닥 종목의 CB는 부도 위험이 존재하므로 신용도를 꼭 확인한 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입금액 제한이 없는 CP(기업어음)도 6개월짜리 수익률이 6%대에 달하는 만큼 개인들로선 투자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어떤 상품이 뜰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김 상무는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인수금융 채권시장이 새롭게 떠오를 것"이라며 "개인들도 이쪽을 유심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