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일.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는 배임·횡령 등 정 회장의 기소내용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 간에 치열한 법리싸움이 벌어졌다.

양측은 정 회장에 대한 보석허가 여부를 놓고도 정면충돌했다.

검찰은 모두(冒頭)진술에서 "정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사적 용도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비정상적인 용도에 사용한 것은 횡령이며,현대우주항공 채무에 대한 본인의 연대보증 책임을 면하기 위해 계열사를 유상증자에 참여시켜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본텍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제3자 배정방식에 의한 유상증자를 하면서 본텍 지분의 60%를 실제 1주당 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주당 5000원에 배정한 것은 배임적 성격이 명백하다는 논리도 폈다.

이에 맞서 변호인단은 "피고인은 대기업 경영자로서 큰 틀의 결정만 할 뿐 구체적 내역은 계열사가 알아서 결정하기 때문에 수십조원의 매출액 관리는 계열사 임직원들의 책임하에 집행됐다"며 비자금 조성지시 혐의를 부인했다.

또 계열사 출자 등으로 인한 배임 혐의도 "당시 IMF사태라는 국가부도 위기에서 그룹의 존립을 위한 경영판단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핵심"이라며 "정부 주도로 체결된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엄청난 불이익이 예상됐고 이를 막기 위해 유상증자가 불가피했다.

사후 잣대로 평가해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측은 이어 정귀호 전 대법관 등 3명의 변호사가 나서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며,무엇보다 월드컵을 앞두고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를 알릴 기회인데 모양이 우습게 됐다"며 보석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별도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비자금 용처수사를 위해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며 정 회장의 보석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