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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신규상장사 경영진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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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상장 후 주가가 어떻게 될지 걱정돼 잠도 안 옵니다. 몇 년간 고생해서 겨우겨우 증시에 들어왔는데 주가가 형편없이 떨어지면 투자자들 볼 면목이 없으니까요."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둔 한 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이 같은 노심초사는 예비 상장사 사장뿐만이 아니다.

    올 들어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들의 경영진도 최근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곤두박질쳐 투자자 및 주주들로부터 원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새내기 상장사 사장은 "한때는 상장이 최고의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주가 움직임을 보면 왜 그렇게 상장에 집착했는지 후회된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더욱 이들의 가슴을 짖누르는 건 우회상장하는 기업들이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변한 사업 모델이 없는 일부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는데 정작 정상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들어온 기업들이 외면받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 상장한 한 기업의 재무담당 임원은 "이럴 줄 알았으면 증시에 상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관투자가들과 약속이 있어 어렵게 상장했는데 그 기쁨도 잠깐이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새내기들의 이른바 '상장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해도 신규 상장주는 첫 거래날 기준가격이 공모가 대비 100% 뛰고 상한가까지 오르는 등 이른바 '130% 급등주'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상장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분위기가 싸늘하다.

    물론 최근 시장에 상장되는 기업들이 흔히 '굴뚝기업'으로 불리는 제조업체가 적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게 사실이다. 여기에 큰 폭의 조정장세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년에 걸쳐 안정적인 실적을 쌓은 이들 기업이 상장 초기부터 '찬밥' 신세로 전락하는 건 문제가 있다. 적어도 엔터테인먼트나 바이오주들에 비해 턱없이 싼 가격에 바겐세일 당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실적주에 투자하는 건전한 투자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진수 증권부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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