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급락세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지만 돈이 많은 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투자기회'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31지방선거의 야당 압승으로 PB고객들의 투자심리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여유자금을 단기상품으로 굴리던 PB고객들이 종합주가지수 1300포인트 안팎에서 주식형펀드로 발빠르게 갈아타고 있다는 게 일선 PB들의 얘기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등 부자고객이 밀집해 있는 은행의 PB센터에는 최근 들어 5억~10억원의 뭉칫돈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이 잇따르고 있다.

이준엽 하나은행 삼성역지점 PB팀장은 "단기 금융상품에 머물러 있던 대기자금 중 일부가 최근 국내외 주식형펀드로 이동하는 분위기"라며 "5억~10억원씩 뭉칫돈으로 해외펀드와 국내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주식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한동안 여유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단기자금으로 운용해오던 부유층들이 최근의 주가 급락세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 PB팀장은 "투자심리가 안정되면 MMF 등 단기자금에 몰린 대기자금이 주식형펀드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승화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PB팀장은 "글로벌 증시 불안으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되긴 했지만 펀드에서의 자금이탈은 없다"며 "단기상품에 머물고 있는 대기자금이 주식형펀드 가입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의 한 PB팀장은 "PB고객들은 대부분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현 정권의 경제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그런 기대감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홍 한국씨티은행 압구정씨티골드지점장은 "펀드투자 열기가 1~2개월 전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고객들은 시장전체의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이번 주가조정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강남교보타워지점 PB팀장은 "수익이 났던 해외펀드를 환매하고 그 자금으로 국내 주식형펀드를 20~30%씩 저가 매입하는 고객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