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진보세력의 타격을 꼽을 수 있다.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단체장 당선자 수와 정당지지율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정당지지율 38.3%를 획득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21% 정도를 얻는 데 그쳤다.

민주노동당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평균 득표율 13.1%,2004년 17대 총선에서 13%를 얻었지만 이번엔 12%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2002년 지방선거에선 울산에서 기초단체장 2곳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이번에는 한 곳도 못건졌다.

진보세력의 지지율 이탈이 심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2002년 지방선거 때 기록(52.4%)을 상회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과거에 비해 진보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줄었다"며 "일단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는 처음에 극단적 정책을 내놓아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층을 빠져 나가게 했고,후기에는 한·미 FTA,한·미동맹 등에서 차별화하지 않은 정책을 폄으로써 진보표까지 쫓아냈다"고 강조했다.

진보세력조차 여당에 등을 돌린 현상은 국정 운영에 대한 민심 이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드러내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 선거가 '무능한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선거 결과는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라며 "계속 낮은 지지율이 유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집권당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서울의 경우 전통적인 열린우리당 지지층조차 이탈하는 현상이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성추행 파문,공천 비리 등의 대형 악재가 발생했지만,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할 정도로 민심 이반은 심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결 지향적인 국정 운영 스타일도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참여정부가 도덕성 측면에서 우월성은 있지만,상대당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독선적 태도가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한 요인"이라고 자인했다.

여권에서 화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이원영 의원의 '광주사태' 발언,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산정권' 발언 및 선거 막판 김두관 최고위원의 정동영 의장 비판 등 내분 양상까지 터지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막판 뒤늦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민심은 이미 멀어진 이후였다.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은 한나라당 압승 구도를 다지는 결정타가 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 대표 피습 사건 이후 한나라당 지지율은 수직 상승한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양당 간 지지율은 사상 최고치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