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대참패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달리 할말이 없다"고 말했으며 정태호 대변인도 일찌감치 "오늘은 반응 논평을 낼 게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대신 선거 결과가 공식적으로 나오는 1일 중 간략하게나마 입장을 낼 계획이다. 정 대변인 명의로 "공명한 선거관리에 힘쓴 관계 공무원들의 노고를 격려한다.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일선 공무원들은 자기 업무에 한층 충실히 임하자"는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여당이 참패했지만 공명선거가 정착되어가는 데 대한 의미를 확인하면서 그 성과를 자평하고,공무원들은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지켜 주요 국정 현안을 무리없이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내용이다.

청와대가 침통한 분위기에서도 이처럼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은 선거 결과가 사실상 예고됐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지방선거로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 덕'이 가속화할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그간 해온대로 당정 분리의 원칙을 엄격히 지킬 것"이라고 말해 여권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방침임을 전했다. 노 대통령이 당장 탈당과 같은 카드를 꺼내진 않겠지만 여야 정치권과 등거리 정치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