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통해 입지가 가장 강화된 사람은 단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다.

그는 지방선거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최대 수혜자가 됐다.

유세 도중 피습을 당해 큰 상처를 입었지만 결과적으로 당 소속 후보자들의 지지율 상승을 이끈 계기가 됐다.

막판 '부상 유세'까지 나서면서 '박풍(朴風)'의 위력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피습 사건을 계기로 대중성과 리더십 양 측면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게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당내에선 박 대표에 대해 '이미지만 있고 리더십은 없다'는 평가가 있었지만,이번에 이 같은 논란을 상당부분 불식했다는 지적이다.

병상의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었고,'대전은요?'라는 단 한마디가 막판 당 선거 전략의 지침이 됐을 정도였다.

퇴원 후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전과 제주 지원 유세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했다.

'정치적 오버'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공격적 행보를 보였던 이유는 향후 대선을 겨냥해 지지기반을 확대하려는 포석이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한나라당 내 대선 경쟁이 주목된다.

1차적인 분기점은 7월 전당대회다.

전대에선 대표와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대선 주자들은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당직을 맡을 수 없다는 당규에 따라 박 대표는 오는 16일께 대표직을 그만 둘 예정이다.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 지사 등 대선 주자들이 자기측 인사들을 지도부에 포진시키기 위해 힘을 쏟을 경우,전대는 이들 간 대리전 양상을 띠며 본격 세대결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6월 말 임기가 종료되는 이 시장과 손 지사는 벌써부터 박 대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시장은 "4년전 지방선거에 서 이긴 것의 연장에 불과하다"며 선거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손 지사는 "샴페인을 들되 잔을 낮게 들어야 한다. 다음엔 어느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내년 초까진 '내실'을 다지며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한 측근은 "일희일비 하지 않고,이 시장은 퇴임 후 내년 초까지 정치와 거리를 두고 경제발전 전략 등과 관련된 국가미래 비전을 연구하는 데 몰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 지사는 전대를 계기로 중앙정치 무대 복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전대 뒤엔 전국을 누비는 '민심 대장정'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듣고 새 리더십을 찾겠다는 것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