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31일 저녁 선거결과가 참패로 나타나자 한마디로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오후 6시 일제히 발표된 방송사 당선예측및 출구조사에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북지사 1곳만이 당선 예상 지역으로 나오자 영등포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은 찬물을 끼얹는 듯한 무거운 침묵으로 일순 빠져들었다.

정동영(鄭東泳)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김혁규(金爀珪) 김근태(金槿泰) 조배숙(趙培淑)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그토록 우려했던 `한나라당 싹쓸이'가 현실로 다가오자 할 말을 잊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수성(守城)'을 자신했던 대전마저 오차범위 내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초조감이 더한 듯했다.

정 의장은 개표 방송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만 간간이 끄덕였고, 김한길 원내대표는 초조한 듯 손으로 얼굴을 자주 훔쳤다.

이광재(李光宰) 전략기획위원장은 방송시청하는 내내 두 눈을 감고 있었고, 당직자들 사이에선 너나할 것없이 장탄식이 이어졌다.

정 의장은 개표 방송을 30분간 지켜본 뒤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표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거를 지휘한 당 의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이에 따른 크고 작은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고 짧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내일 공식회의를 통해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15분간 개표방송을 말없이 지켜보다 자리를 가장 먼저 떴다.

그는 "참담하다.

역사 앞에 중죄인이 된 것 같고, 오늘처럼 부끄럽고 두려운 날이 없다"면서 침통한 심경을 드러낸 뒤 "지도부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염동연(廉東淵) 사무총장은 "우리당은 지금 매를 맞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비온 뒤 땅이 굳는 게 아닌가"라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다.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박근혜(朴槿惠) 대표 피습사건이 주요 패인인 것 같다"며 "이 사건때문에 `인물론' `힘있는 여당론' `지방정권 심판론' 등 어느 것 하나 먹혀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적된 민심이반'도 패인의 하나로 꼽았다.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열린우리당 강금실(康錦實)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사무소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분위기에 휩싸였다.

투표 종료전까지만 하더라도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후회없이 선거운동을 한 것에 의미를 두겠다"는 담담한 반응이 주류를 이뤘지만, 막상 예상을 뛰어넘는 큰 표차로 참패할 것이라는 예측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계안(李啓安) 이미경(李美卿)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해 김영춘(金榮春) 오영식(吳泳食) 김형주(金炯柱) 의원 등 캠프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개표방송을 지켜보다가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일부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출구조사 결과대로라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피습 이후에만 지지도 격차가 10% 포인트 이상 난 것"이라며 "설마 했지만, 이 정도로 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선거사무소에 들려 자원봉사자를 격려한 뒤 개표방송을 지켜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김영춘 선대본부장은 "비록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강 후보는 선거운동기간에 우리당이 지향해야 할 정체성과 목표를 제대로 보여줬다"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봤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조재영 기자 koman@yna.co.kr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