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6시부터 전국 1만3106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 제4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투표가 순조롭게 끝났다.

이번에 처음 투표를 하는 '만19세'에서부터 100살이 넘는 고령의 유권자들이 저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화교 등 외국인 영주권자들도 사상 처음으로 지역 일꾼을 직접 뽑았다.

O…서울 은평구 진관외동 제1투표구가 마련된 은평웹미디어고등학교 투표소에는 뉴타운개발로 인해 최근 주소지를 그대로 둔 채 이사를 갔던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했다.

함효경씨(43ㆍ여)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는데 이번 투표를 마지막으로 8월 이사를 가게 됐다"며 "여기서 항상 투표해 왔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섭섭하다.

재개발이 끝난 뒤 돌아와서 다시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O…전국에서 100살 이상 고령자들도 투표행렬에 가세했다.

전국 최고령 유권자인 이곡성 할머니(117·전북 전주시 중노송동)는 이날 오후 1시40분께 며느리 유재영씨(70)의 부축을 받아 옛 노송2동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이 할머니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지만 직접 기표를 한 뒤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다.

116세로 부산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이유순 할머니(부산 영도구 동삼3동)는 오전 8시15분께 둘째아들 장형식씨(56)와 함께 영도구 동삼3동 제3투표소가 마련된 동삼주공아파트 2단지 관리사무소에서 한 표를 던졌다.

O…이번에 첫 투표권을 행사한 만 19세 유권자들도 신세대답게 후보자들의 공약을 홍보물과 전단물 인터넷 등을 통해 꼼꼼히 살펴본 뒤 후보자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사는 함이라양(19)은 이날 오전 친구들과 약속시간을 뒤로 하고 구민회관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함양은 "긴장된 마음으로 투표소에 갔는데 생각보다 쉬워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O…외국인 영주권자에게 사상 첫 투표권이 주어진 이날 화교들의 투표행렬도 이어졌다.

경북 포항시 남구 상대1동 1투표소가 마련된 포항동일교회에는 이날 오후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공경국씨(48) 부부와 공씨의 어머니(69)가 찾아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주어진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공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도 설쳤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최고령 외국인 유권자인 대만인 리우 펑 윤씨(87·마산시 상남동)는 건강악화로 한국땅에서 60년을 기다려온 투표를 결국 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넷째 아들 손영국씨(52)는 "1946년 한국에 와 부친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5남1녀를 낳아 키우시면서 선거 때마다 '우리도 투표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이제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O…양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일부 유권자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자신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촬영,후보자들에게 나중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선투표,후사례' 행위를 일삼을 우려가 있다는 제보가 접수됨에 따라 각 투표소에 휴대폰 촬영 행위를 자제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투표소 관계자들은 "유권자가 기표소에 휴대폰을 갖고 들어가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는 데다 기표소 안에서 휴대폰 촬영을 하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며 제보 확인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O…경북 포항시 남구 청림동 3투표소가 마련된 일월경로당에는 이날 오전 9시께 박모씨(43)부부가 상복을 입고 나란히 투표해 눈길을 끌었다.

박씨는 지난 29일 모친상을 당한 뒤 한표를 행사하고 장지로 향했다.

박씨는 "평소 지지하는 후보가 꼭 당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례일이지만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사회부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