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 중인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이 1일 열린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오)는 31일 "검찰이 기소 요지를 설명하는 모두(冒頭)진술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의선 사장을 비롯한 현대차 그룹 임직원들이 기소되지 않아 변호인들이 관련 수사기록을 열람하지 못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과 변호인단이 '창과 방패'로 법정에서 처음 부딪치는 만큼 기선 잡기 차원에서라도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정귀호 변호사 등 전 대법관 출신과 검찰총장을 지낸 이명재 변호사 등 초특급 변호인단의 면면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정 회장의 보석 여부를 둘러싼 장외 공방전은 이미 시작됐다.

변호인단은 지난달 26일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으며 정 회장의 공백으로 현대차 그룹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변호인단 관계자는 "월드컵을 앞두고 공식 후원업체인 현대차 그룹의 총수가 수감돼 있는 것은 국가 이미지 관리 면에서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4월28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정 회장은 수감생활이 한 달을 넘기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검찰은 '보석 불허' 의견서를 1일 제출키로 했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지병인 고혈압 등 건강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100억원대의 비자금 용처 수사를 위해서는 정 회장의 구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와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이 최근 재판에서 비자금의 용처를 진술하는 등 비자금 수사가 진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보석 결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석을 청구하면 통상 검찰측의 의견서 제출일로부터 7일 이내에 수용할지를 결정하는 만큼 이르면 이번 주말,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