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월드컵 역사에는 유난히 '징크스'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비슷한 사례가 몇 차례 반복되면서 '○○○징크스'라는 용어는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됐다.

독일월드컵에서는 어떤 악연이 끊어지고,또 어떤 징크스가 부활할지 관심이 쏠린다.

직전 대회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더 공고해진 징크스가 '개막전 징크스'다.

1974년 서독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유고와 무승부를 기록한 이후 전 대회 우승팀은 거의 대회 개막전마다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90년까지 전 대회 우승팀의 개막전 전적은 3무2패.

아르헨티나는 1982년 스페인대회에서 벨기에와 맞붙어 0-1로 패하고 1990년 이탈리아대회 때 카메룬에 0-1로 패하면서 두 번이나 개막전 징크스의 희생양이 됐다.

한·일월드컵에서는 프랑스가 세네갈에 0-1로 패하는 이변을 낳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부터는 전 대회 우승팀의 자동 출전권이 사라져 개최국이 대신 개막전을 벌인다.

6월10일 오전 1시(한국시간)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리는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부터 징크스가 깨질지,계속 맹위를 떨칠지 주목된다.

잉글랜드의 '바이킹 징크스'도 피해갈수 없는 시험대에 오른다.

잉글랜드는 1968년 이후 38년 동안 '바이킹 군단' 스웨덴을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이 기간 양팀 전적은 스웨덴이 4승8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02년에도 두 팀은 같은 조에 편성돼 1-1로 비겼다.

이번에도 잉글랜드는 6월21일 오전 4시 쾰른에서 스웨덴과 B조 조별리그를 치른다.

개최국의 '100% 2라운드 진출'도 계속될지 지켜볼 징크스다.

지난 17차례 대회에서 개최국은 단 한 차례도 1라운드에서 탈락하지 않았다.

2002년에도 공동 개최국 한국과 일본이 16강에 올랐다.

또 개최국은 1차전에서 13승5무를 기록하며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남미와 유럽의 '교차 우승 징크스'도 있다.

1966년 잉글랜드 대회부터 우승국은 잉글랜드(1966년) 브라질(1970년) 서독(1974년) 아르헨티나(1978년) 이탈리아(1982년) 아르헨티나(1986년) 독일(1990년) 브라질(1994년) 프랑스(1998년) 브라질(2002년)로 지난 40년간 남미와 유럽 팀이 한 번씩 번갈아가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런 법칙(?)이 이어진다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유럽팀이 우승할 차례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이 교차 우승 징크스를 깰지 지켜볼 일이다.

스페인은 '연장·승부차기 징크스' 탈출이 최대 관건이다.

스페인은 1934년 제2회 대회인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 1-1로 비긴 뒤 이튿날 연장 승부에서 한 골을 내줘 패한 이후 1986년과 1990년에도 승부차기 때문에 울어야 했다.

2002년 16강에서 아일랜드를 승부차기 끝에 이겨 징크스를 깨는 듯했지만 히딩크호와 맞선 8강 승부차기에서 다시 눈물을 흘렸다.

스페인은 1950년 대회 4강 이외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큰 경기 징크스'도 안고 있다.

골 포스트나 크로스바를 맞히면 진다는 '골대 징크스'는 2002년 프랑스가 만들어냈다.

프랑스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다섯 차례나 골대를 맞혔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각각 한국과의 경기에서 골대를 맞힌 뒤 졌고 일본도 터키와 16강에서 크로스바를 맞힌 뒤 패했다.

이 밖에 '4강 징크스'는 이미 지역 예선을 통해 재현됐다.

전 대회 4강팀 중 한 팀은 다음 대회 본선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저주를 일컫는 것인데 1998년 네덜란드가 2002년에 나오지 못했고 2002년 4강팀 터키는 2006년 독일에 초대받지 못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